[비즈한국] 2025년 12월 19일, 국방부와 보훈부, 방위사업청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방위산업의 성과와 대비되는 뼈아픈 실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한국이 세계 시장에 전투기를 수출하는 강국으로 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전투기의 ‘이빨’이라 할 수 있는 공대공 미사일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왜 미사일은 함께 개발하지 않았느냐”는 매서운 질타를 던진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질의는 FA-50의 폴란드 수출 과정에서 불거진 무장 통합 지연 문제와 KF-21의 국산 미사일 공백 논란이 얽힌 현재의 방산 지형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우선 사실관계를 짚어보자면, FA-50PL 버전에 탑재될 AIM-9X 미사일은 미국과 폴란드 정부 간의 수출 승인 및 통합 논의에 묶여 있어 우리 제작사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KF-21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독일산 IRIS-T와 영국산 미티어(Meteor) 미사일을 수입해 운용 중이며, 150발이라는 초기 물량은 2032년까지 완료될 120대의 양산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국산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양산이 2033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므로 ‘전투기 한 대당 미사일 한 발’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전력화 초기 단계에서의 무장 공백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대통령의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은 과거 우리 방산 정책의 근시안적인 타당성 논리에서 찾아야 한다. 전투기 개발 초기, 국산 미사일 병행 개발은 ‘예산 낭비’와 ‘성능 리스크’라는 프레임에 갇혀 번번이 좌절되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는 국산 미사일이 기체의 강점이 아닌 약점이 될 것이라며 외산 무장 도입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외산 미사일과의 통합 편의성을 위해 전투기의 눈인 레이더조차 국산화를 포기하고 해외 모델을 면허 생산하거나 직도입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참혹했다. FA-50 개량형의 사례처럼 특정 외산 미사일을 장착하기 위해 해당 제조사의 레이더를 수입해 붙이는 과정에서 납기가 지연되고, 오히려 무장 통합의 주도권마저 상실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국산 레이더와 유도무기를 패키지로 개발했다면, 현재 수출 전선에서 제3국의 승인 절차에 목을 매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다. 핵심 기술 개발이나 필수 구성품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초기 구매 비용만을 따지는 ‘사업 타당성’의 벽에 가로막히곤 한다. 초기 투자가 향후 가져올 총수명주기비용(TLCC)의 절감 효과와 전략적 자립의 가치를 외면한 채, 당장 돈을 주고 사 오는 것이 싸다는 경제성 논리만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독자적인 핵심 무장이 없는 플랫폼 수출이 얼마나 취약한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미 국산화를 선언한 공대공 미사일 사업은 이제 개발비에 대한 불평을 넘어, 이를 지대공 미사일, 방공망 제압(ARM)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등 다양한 파생 체계로 확장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국가는 결코 방산 강국이 될 수 없다. 국산 유도무기와 탄약, 그리고 핵심 엔진 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10년 뒤 대한민국을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밀덕텔링] "미 해병대는 버린 전차를?" 대한민국 해병대 'K2 흑표' 도입은 옳다
· [밀덕텔링] 신뢰 시험대에 선 '방산 유니콘' 안두릴의 성장통
· [밀덕텔링] 중국 '저가형 극초음속 미사일'이 K-방산에 던진 과제
· [밀덕텔링] 한국 대드론 산업, 더 많은 관심과 투자 아쉽다
· [밀덕텔링] 태국 D&S 2025에서 보여준 K-방산 중견기업의 '진짜 경쟁력'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中 반도체 EUV 자립 시동…美는 대만에 역대 최대급 무기판매 [글로벌 모닝 브리핑]](https://newsimg.sedaily.com/2025/12/19/2H1SG12ZSC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