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우치전과 탈춤 등 한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게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케이팝 데몬헌터즈'의 글로벌 흥행이 콘텐츠의 한류 확산 잠재력을 입증한 가운데 국내 게임사 또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신규 지식재산(IP) 발굴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조선 시대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모티브로 한 액션 어드벤처 신작 '우치 더 웨이페어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적 무속 신앙과 괴물 설화를 결합해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이다. 콘솔과 PC를 동시 타깃으로 한 AAA급 싱글플레이 게임이다.
넥슨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한국 전통 판타지를 세계 게이머가 공감할 수 있는 서사로 풀어낼 방침이다. 제작을 맡은 강동연 넥슨게임즈 로어볼트 스튜디오 디렉터는 “조선시대 배경에서 도사라는 직업이 펼칠 신선한 매력의 전투 액션을 담은 어드벤처 게임”이라며 “전우치라는 상징적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울림 있는 스토리와 강렬한 액션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게임적 상상력과 판타지를 더한 '조선 판타지' 콘셉트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향한다. 게임 내에는 갓을 쓴 까치, 호랑이, 무당 캐릭터 '묘안' 등이 등장한다. 실제 배우 3D 스캔과 메타휴먼 기반 페이셜 기술로 사실적 캐릭터 표현을 구현할 예정이다.
위메이드맥스 자회사 매드엔진이 개발 중인 '프로젝트 탈'은 전통 가면과 의례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다. 트레일러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100만 를 돌파하며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한국의 탈춤과 무속 신화를 고품질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2027년 PC·콘솔 동시 출시가 목표다.
앞서 펄어비스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확장 콘텐츠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를 통해 전통미를 담은 세계관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단순한 소재 차용을 넘어 한국적 미학과 정서를 게임 내에 녹여냈다.
해외에서는 중국의 '검은신화: 오공'이 자국 전통 신화·문화를 AAA급 게임에 차용해 흥행에 성공한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중국 개발사 게임사이언스가 서유기를 바탕으로 제작, 출시 직후 전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게임사 관계자는 “전통문화는 국가의 정체성을 담은 원천 IP”라며 “게임 산업이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경우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가 모바일 중심에서 벗어나 콘솔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만큼 정부의 제작비·세제 지원 등 정책적 역할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가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은 약 1조4500억원의 부가가치와 1만5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국회에서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관련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