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12월 현대자동차가 국내 첫 독자 모델 승용차 ‘포니’(Pony)를 출시했다. 포니는 이듬해인 1976년 한 해 동안에만 1만대 넘게 팔리며 약 44%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도로 위 자동차의 거의 절반이 포니였다는 얘기다. 포니의 성공은 ‘포니2’(1982), 그리고 ‘포니 엑셀’(1985)로 이어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포니 시리즈가 시장을 주름 잡은 1980년대 중반쯤 한국에 이른바 ‘마이카(My Car)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본다.

1990년대 이후 고교 졸업자들,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려는 열풍이 불었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소정의 교육을 받고 시험을 거쳐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면허 취득은 곧 성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란 인식이 생겨났다. 본인은 운전대를 잡고 아내와 자녀들을 조수석 및 뒷자리에 태운 채 드라이브를 즐기는 삶이 그 시절 20대 남성들의 로망으로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1990년대 들어 ‘뚜벅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운전을 못 하거나 자가용 승용차가 없어 걷기만 하는 이들 또는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이들을 일컫는 일종의 은어였다.

지난해 11월 ‘청년층을 중심으로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젊은이가 줄어드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의 거의 대부분인 10대와 20대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에 비해 같은 연령대의 면허 신규 취득자 수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어느 20대 젊은이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업한 친구들이 차를 샀다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분수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2030 젊은이들은 운전면허 취득에 소극적인 것은 물론 차를 구매할 의향도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의 승용 신차 등록 대수(개인 자가용 기준)는 2만9066대로, 전체 승용 신차 등록 대수(51만1848대)의 5.7%에 그쳤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20대 신차 등록 점유율은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반기 30대의 승용 신차 등록 대수와 점유율도 각각 9만9611대, 19.5%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차량 공유 문화가 확산하면서 2030 세대가 더는 차를 필수품으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약 40년 만에 마이카 시대가 저물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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