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내 안에도 위대한 사랑의 품이 있으니. 아, 나는 무엇을 품어주는 생인가.
-박노해 ‘산빛의 품에서’ 중.
세계 곳곳 오지 마을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 박노해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이번에는 『산빛』이다. 햇빛도 달빛도 아닌 산빛이다. 하늘과 땅 사이 높은 마을, 산빛의 품 안에서 서로를 품어주며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가 느껴지는 책이다.

안데스 고원의 여명 앞에서 시인은 ‘은미한 빛의 시간’을 썼다. “태양과 지구는 최고의 연출자. 안데스 고원에 여명이 밝아오면 산의 숨결 같은 은미한 안개 속에 오묘한 풍경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모든 존재는 빛 앞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 우리는 빛으로 살아가고 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아침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둥근 지구 위에서 둥근 공을 굴리며 힘차게 하루 생을 열어간다.”
그에게 산은 빛이자 길이다. “지금 길이 보이지 않아도 산은 언제나 길을 품고 있다. 구름 사이로 잠깐, 한 줄기 빛이 내리면, 산은 가만히 길을 내어주고 산은 말없이 내 등 뒤를 지킨다. 나만의 길을 찾아 걷는 사람에게는 분명 나만의 빛이 오는 때가 있으니.”(‘산은 길을 품고’)
“산은 말이 없지만 산의 침묵은 가장 오래된 위로이다. 가이 없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크나큰 믿음의 존재, 최후의 피난처이자 전망대이며 치유소이자 기도처인 장소. (…)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날에는, 소란과 속도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날에는,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내 안의 가장 높은 산정으로 올라가 볼 일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나 자신도 함께 성장한다. 그곳에서 세상과 시대를 정면으로 내려다보면, 마침내 새로운 빛이 비춰오고 나만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람 부는 날이면 산으로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