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관세청이 오는 9월 1일부터 과세가격 신고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국제 조세 및 통관 환경의 복잡성이 심화되고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무역 및 재무 실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회계법인들은 이번 개편이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며 선제적인 대비를 당부하고 있다.
21일 한영회계법인(EY)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종합인증우수업체)와 ACVA(Advance Customs Valuation Arrangement, 사전심사제도) 관련 규정의 강화에 있다.
특히 ACVA는 기업이 복잡한 거래의 과세가격을 사전에 심사받아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개편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관세조사 시점이 아닌, 수입신고 단계에서부터 최소한의 거래 관련 서류를 사전에 확보하도록 절차를 명확히 하고, 제출 대상 과세자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관세청의 과세가격 관련 자료는 관세조사 과정에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로 인해 관세조사 전까지는 과세자료 내용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어려웠으며, 관세조사 과정에서 기업과 관세당국 간 자료 제출을 둘러싼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했음에도 관세당국이 자료 부족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분쟁이 반복되어 왔다.
관세청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사후 관세조사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 역시 향후 관세조사에 대비해 일부 자료를 사전에 제출함으로써 조사 대응에 따르는 부담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개편은 기업 내부의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정책과 관세평가 간의 연계성도 심화시킬 전망이다.
EY한영은 기업이 이전가격 정책 수립 시 단순히 세무적인 측면을 넘어 관세적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TP Study'(이전가격 보고서)와의 일관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번 개편에는 관세행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기업에 대한 혜택도 함께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AEO(수출입안전관리 우수공인업체)나 ACVA(특수관계자간 과세가격 결정방법 사전심사) 참여 기업, 그리고 소규모 기업(연간 납부세액 5억 원 미만)은 이번에 신설된 과세자료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
이는 해당 기업들에 대한 통관 절차 간소화 혜택을 확대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협조와 성실 신고를 유도하려는 관세청의 정책적 의지를 담고 있다.

박동오 EY한영 관세통상팀 상무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잠재적인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통관 절차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라며, "8월 1일과 8월 30일을 기점으로 추가적인 세부 내용이 공개될 수 있으므로, 기업들은 지속적인 정보 모니터링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특히 "특수관계자 간 거래가 있는 기업이라면 ACVA(특수관계자간 과세가격 결정방법 사전심사)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ACVA는 기업과 관세청이 과세가격 결정방법을 사전에 합의함으로써 관세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을 미리 해소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제도"라며 강조했다.
EY한영은 기업들이 다가오는 9월 1일 시행에 앞서 내부 시스템 및 프로세스 점검, 이전가격 정책 재검토, 관련 부서 간 협력 강화, 그리고 필요시 외부 전문가의 자문 활용 등을 통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월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이 글로벌통상자문팀(Global Trade Advisory Team)을 공식 출범시켰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에서 국내 기업들 관세 부담은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미국 현지 전문가들과 협업해 보다 현지화된 통상 자문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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