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 부양에 자식 뒷바라지까지… 5060세대 ‘이중고’ [심층기획-2025 간병지옥 리포트]

2025-06-30

‘초고령사회’ 한국, 서글픈 자화상

4명 중 1명 돌봄지출 月 100만원 넘어

‘가족 공동으로 비용 부담’이 56% 차지

요양병원 이용이 42%로 가장 많지만

자신들은 재가서비스·실버타운 선호

간병비 지원 등 체계 개편 원하면서도

본인 돌봄엔 “준비 안 하고 있다” 42%

돌봄서비스 첫 이용, 85세 이후가 최다

전문가 “조기 돌봄에 대한 인식 높여야”

이른바 1·2차 베이비붐 세대인 5060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으로부터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로 통한다. 간병과 양육·교육 등 돌봄에 국한하자면 이들은 ‘더블케어’(이중 돌봄) 세대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벌인 ‘노인돌봄 관련 5060세대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와 자식 등 가족 돌봄을 온전히 부담해야 하지만 실직과 은퇴, 경기침체 등으로 얄팍한 주머니에 눈물짓는 2025년 중장년들의 서글픈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5년 이내에 본인이나 가족의 노인 돌봄 서비스 이용 경험자 50∼69세 7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9∼22일 나흘간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이다.

30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060세대 4명 중 1명가량은 한 달 평균 100만원이상의 노인 돌봄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본인이나 가족 돌봄을 위해 요양병원(42.0%·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이용했지만, 앞으로 자신들은 재가서비스(38.3%)나 실버타운(21.4%), 배우자·가족 돌봄(14.6%) 등의 시설·서비스를 이용하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부의 간병비 지원 확대(27.3%) 등 노인 돌봄 체계 개편을 원하면서도 정작 본인 돌봄을 위해선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41.9%)는 답변이 절반에 가까웠다. 초고령사회 선험국가인 일본처럼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요양원을 찾는 ‘사회적 입원’ 등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현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85세 이후’ 가족들의 첫 돌봄 시설·서비스 이용률이 41.6%에 달한다는 점이다. ‘80∼84세’(31.9%)까지 합하면 3분의 2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60대(3.6%), 50대 이전(0.9%)의 ‘끼인 세대’는 거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요양병원을 제외한 요양원·재가서비스·주간보호센터에서 85세 이후 첫 돌봄 비율은 모두 40%를 넘겼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많거나 적은 것과도 관련이 없었다. 응답자 다수는 자신들도 ‘85세 이후에야 돌봄이 필요할 것’(46.4%)이라고 예상했다. 간병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에도 ‘별도 준비한 것 없다’는 답변이 과반에 가까웠다. 준비하더라도 ‘간병비 마련을 위한 저축’(31.1%)이나 ‘장기요양보험 가입’(26.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예고 없는’ 정신·경제적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조기 돌봄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창보 전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는 “많이 아프기 전에는 가족들이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국가 통계에서 65세 이상자의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이용률이 11% 안팎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가 중장기 계획을 갖고 지역사회, 시설에서 통합돌봄에 대한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봄 서비스 한 달 평균 이용료는 50만∼100만원 미만(30.9%)이 가장 많았다. 이어 30만원 미만(26.4%), 30만∼50만원 미만(18.9%), 100만∼150만원 미만(14.7%) 등의 순이었다. 300만원 이상은 0.9%에 그쳤다. 하지만 이는 2023년 기준 월평균 간병비가 각각 380만원, 약 300만원 수준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국민인식조사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응답자 상당수가 간병비가 많이 드는 요양병원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병비 부담이 적은 재가서비스나 주간보호센터, 요양원을 이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실제 응답자들은 ‘본인이나 가족이 이용해 본 돌봄 서비스’(중복응답)를 요양병원에 이어 재가서비스(39.4%), 주간보호센터(30.9%), 요양원(29.7%) 등의 순으로 꼽았다. 시설·서비스별 한 달 평균 이용료는 재가서비스가 30만원 미만(60.1%)으로 가장 저렴했다. 이는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것과 관련이 깊다. 주간보호센터는 30만∼50만원 미만(41.7%), 요양원은 50만∼100만원 미만(58.3%)이 가장 많았다. 요양병원은 50만원 이상에서 고르게 분포돼 전반적 부담이 컸다.

응답자들이 5년 이내에 가장 많이 이용하거나 가족을 맡긴 시설·서비스는 요양병원이었다. 이어 재가서비스(39.4%), 주간보호센터(30.9%), 요양원(29.7%) 등의 순이었다. 반면 선호도에선 재가서비스 비율이 가장 높았고, 요양원·요양병원 등 시설 입소는 뒤로 밀렸다. 5060세대 부모가 가장 오래 이용한 서비스 역시 요양병원(28.9%)이었다. 이어 재가서비스(28.3%), 요양원(22.3%), 주간보호센터(19.9%) 순이었다. ‘5년 이상’ 이용도에선 요양원과 재가서비스가 각각 26.9%, 24.2%로 높았다. 요양병원의 경우 6개월 미만(20.8%)과 5년 이상(16.3%)이 혼재돼 단기 치료나 장기 입원이 강조됐다. 여론조사를 맡은 엠브레인의 설준호 부장은 “시설·서비스 목적에 따른 체계적 분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노인 건강 상태 악화에 따른 ‘최종 전환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요양원 이용자의 46.8%는 다른 노인 돌봄 시설이나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전환율)이 있었다. 이어 요양병원(31.2%), 재가서비스(23.7%), 주간보호센터(18.7%) 순이었다. 아울러 응답자들은 요양병원과 재가서비스에선 간병 서비스의 질에 대한 불만이 높았고, 인력 부족이나 교체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돌봄 품질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비용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가족이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응답이 5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정부 지원에 대해선 ‘보통’(48.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불만족’, ‘매우 불만족’까지 합하면 70%에 근접했다. 이들은 ‘간병비 지원 확대’(27.3%)를 가장 시급한 지원 영역으로 지목됐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19.7%), ‘돌봄 인력 확충 및 서비스 질 제고’(18.9%)가 뒤를 이었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병원에서 보호자가 간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마저도 안 되면 사비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선 단순히 재원 중심의 복지 확장이 아닌 보호자 없는 병원, 요양병원 개편, 재가의료·돌봄의 순서로 장기적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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