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해제안 표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국민의힘 의원 108명 전원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12·3 비상계엄 전후 두 달치 대화가 삭제된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계엄 당일 의원총회 장소 공지 내용과 의원들의 대화 내역이 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하기 20여 분 전 홍철호 전 정무수석과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단체 대화방 두 달치 삭제…“조사 대상”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단체대화방 대화 내역 삭제 권한은 대화방 관리자였던 A의원이 갖고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해당 의원을 조사해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지난해 10월 29일 모 의원의 작동 착오로 국민의힘 전체 의원 텔레방이 ‘일주일 단위 전체 삭제’ 기능으로 설정이 전환됐다”며 “이후 12월 중순 의원들은 단체방의 대화내용이 전체 삭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자동 타이머 해제 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증명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삭제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경호, ‘홍철호→한덕수→윤석열’ 통화

특검팀이 수사 중인 표결 방해 의혹의 핵심은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의총 장소 변경 등을 통해 의원들의 표결을 방해하려 했느냐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쯤 홍 전 정무수석과 통화한 뒤 11시12분 한덕수 전 총리, 11시22분 윤 전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추 전 원내대표 측은 계엄 당일 상황 파악을 위해 홍 전 수석과 한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당시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눴다는 입장이다. 표결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있었던 8인에 주목
특검팀은 또 계엄 당일 밤 추 전 원내대표와 원내대표실에 함께 있던 의원들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원내대표실에는 원내 지도부에서 당직을 맡았던 의원, 초선·3선 의원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특검팀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계엄 당일 밤) 원내대표실에 8명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계엄 해제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경위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조직적 차원의 논의가 있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 특별수사단은 지난해 12월 복수의 국민의힘 당직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당시 의원총회 문자 발송, 원내대표 보좌 역할 등을 맡았다. 해당 조사에서 경찰은 의총 장소가 세 차례 변경돼 고지된 경위를 물었다고 한다. 또 국민의힘 의원 사진을 제시하며 “원내대표실에 이 사람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해당 조사 내용을 인계받아 수사 중이다.

계엄 당일 밤 원내대표실에 있던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날 오후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과 40초가량 통화한 정황도 특검팀은 포착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국회 상황 때문에 김 전 장관 면담 일정 취소를 알리기 위한 통화였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1월 6일과 15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기초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