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인 2조1000억 달러(약 30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20여년간 지켜 온 ‘윤리적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팔아야 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 주식을 지키기 위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의회는 4일(현지시간) 국부펀드의 윤리적 투자 원칙 적용을 중단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조치는 펀드의 윤리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정하기 전까지 이어진다.
전 세계 약 9000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04년부터 윤리적 투자 원칙을 적용해왔다. 이에 따라 전쟁이나 분쟁 지역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가 발생할 경우 관련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철회했다. 비인도적 무기와 담배를 생산하는 기업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부펀드 윤리위원회가 투자 철회를 권고하면 펀드를 관리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NBIM)가 최종 결정했다.
최근에 윤리적 투자 원칙이 적용된 건 가자지구 전쟁이었다. NBIM은 지난 8월 전투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베트셰메시 엔진스’를 비롯한 이스라엘 기업 11곳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9월엔 미국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와 이스라엘 은행 5곳에 대해서도 투자 중단을 결정했다. 해당 기업들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자산을 불법적으로 파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문제는 투자 철회 대상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최근 국부펀드 윤리위원회는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이 지난 7월 작성한 ‘집단학살 경제 참여 기업’ 명단을 분석해 투자 철회 기업을 정하기로 했는데, 명단에는 세 기업이 포함됐다. 이들이 이스라엘 정부에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해 데이터 처리, 의사 결정, 감시 및 분석 역량을 강화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집권 노동당은 윤리적 투자 원칙을 중단하는 긴급 안건까지 통과시키며 빅테크 기업의 투자 철회를 막았다. 이들 기업의 주식을 매각하면 국부펀드 수익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지낸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재무장관은 노르웨이 공공 지출의 25%를 지원하는 국부펀드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조치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존·MS·알파벳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7개 미국 IT기업이 국부펀드 주식 보유량의 16%를 차지한다”며 “윤리위원회가 이들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경우 국부펀드의 기존 위상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장관은 그러면서 “윤리적 투자 원칙을 처음 채택한 후 세상은 변했다”며 “향후 록히드마틴, 보잉, 에어버스 등 방위산업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핵무기 부품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투자를 제한해 왔다.
야당은 반발했다. 키르스티 베르그스토 노르웨이 사회주의좌파당 대표는 “정부는 대량 학살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도덕적 신념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굴복하고 빅테크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머스크, 1조달러 못받나…노르웨이 국부펀드, 반대 의사

한편 NBIM은 오는 6일 열리는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최대 1조 달러(약 1444조 원)의 보상안 지급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NBIM은 이날 성명에서 “머스크가 창출해낸 가치는 인정하지만 이번 보상안은 전례 없이 규모가 지나치게 큰 데다 지분 희석 우려가 있고, 핵심 인물 리스크를 완화할 장치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테슬라의 지분 약 1.16%를 보유해 기관투자자 중 6번째 주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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