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X더버터
‘제1회 민트포럼’ 개최

“한국은 잘 사는 나라인데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요. 한국 사회에는 실패에 대한 관대함도, 누군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신뢰도 부족합니다. 사람들은 자율성을 잃게 되죠. 고래가 춤출 수 있는 건 칭찬 때문이 아닙니다. 자유롭게 헤엄칠 바다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펼칠 수 있는 ‘바다’가 필요합니다.”(장대익 가천대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더버터가 마음건강을 주제로 ‘제1회 민트포럼(MinT Forum)’을 개최했다. ‘민트(MinT)’는 마음(Mind)에 닿는다(Touch)는 의미로, 강한 생명력으로 빠르게 자라는 식물 민트처럼 마음과 연결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자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기조강연자인 장대익 가천대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를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 7명이 ‘마음을 연결하다’라는 큰 주제 아래 강의와 토론을 펼쳤다. 기업과 NGO 관계자, 연구자, 학생, 일반 시민 등 150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장대익 교수는 한국 사회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집단주의’와 ‘획일화된 가치체계’를 꼽았다. 그는 집단주의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가치를 획일화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훼손하며, 경쟁을 부추겨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1부 순서에서는 우울·고립을 직접 겪거나 주변인의 어려움을 목격한 당사자들이 무대에 섰다. 감정일기인스타툰 ‘서늘한 여름밤’의 이서현 작가는 “사람들이 배우자·친구·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 대상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인데, 유독 자신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댄다”면서 “나에게도 자격을 따지지 말고 사랑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박소현 펭귄의날갯짓 공동대표는 정신질환이나 은둔·고립을 겪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자립 프로젝트를, 코미디언 겸 배우 김기리는 자신이 몸담은 연예인 자살 예방 모임 ‘게이트 키퍼’의 활동을 소개했다.
2부에서는 동양철학·정신의학·뇌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섰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은 ‘동양철학에서 찾은 마음 처방’을 주제로 마음 회복력을 지키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희로애락 네 가지 감정 중 어느 하나가 지나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중화(中和)’다. 두 번째는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에게 진실하고 떳떳한 태도를 유지하는 ‘신독(愼獨)’이다. 세 번째 ‘자득(自得)’은 어떤 상황이든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합당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태도를 말한다. 박 원장은 “끊임없이 학습하면서 타인과 연결되고, 자신을 존중하면서 회복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회복탄력성을 얻는 방법에 대해 정신의학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윤 교수는 “불편한 감정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나는 이래서 안 돼’라며 몰아붙이는 태도”라며 “자신을 향한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과학자인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는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연결되면서 뇌 안에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면서 “얼굴을 마주하고 뇌와 뇌가 맞닿는 연결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안타까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부에서는 2부 연사들과 김정석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가 참여하는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모더레이터는 김시원 더버터 대표가 맡았다. 윤대현 교수는 언제든 마음을 털어놓고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감친구’를 매년 한 명씩 만들어보라고 조언했다. 박재희 교수는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더 자주 만나 교류할 기회를 제공하는 ‘마음정책’을 마련하고, 국가가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원 대표는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관계를 만들고, 어떤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삶이 달라지고 사회 전체가 변화할 수 있다”며 “이번 포럼이 단순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연결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