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의 식물식평화세상] 익은 호박 알뜰살뜰

2025-11-13

가지가지 다양한 열매들을 수확하는 가을에 그 품새로 편안함과 넉넉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잘 익은 호박입니다. 잘 익은 누런 맷돌호박을 흔히 늙은 호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익은 호박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모든 열매는 완전히 익었을 때 영양이 가장 많고, 맛도 최고이겠지요. 다 익어도 겉이 짙은 초록색인 청호박도 있습니다.

익은 호박은 상온에 보관하면서 죽과 떡 그리고 건강식품 등에 다양하게 이용하는데, 잘 말린 호박말랭이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서 썩어버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10월부터 2월까지는 햇볕과 바람결에 호박말랭이 만들기 좋습니다. 호박을 말리는 기간에 간혹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건조기의 도움을 잠시 빌리면 혹시나 물러져 버리는 안타까운 일 없이 안전합니다. 익은 호박을 알뜰살뜰 말랭이로 잘 만들어 두면 요리조리 쓸데가 많습니다. 껍질째 썰어서 말리면 맛이 더 깊어져 은근히 달콤하고 쫄깃하여 자연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특히 떡에 활용하면 단맛과 향기를 더해 주어 좋습니다.

익은 호박을 잘 씻은 후 반으로 잘라서 꼭지를 떼어내어 꼭지만 버리고 나머지는 버릴 것이 없어요. 먼저 호박 속의 씨앗들을 꺼내고, 부드러운 섬유질은 숟가락으로 살짝 파내어요. 씨앗은 물에 헹구어 잘 말려서 밭에 심거나, 껍질째 꼭꼭 씹어 먹어도 좋아요. 심심풀이로 껍질을 벗겨 먹어보아도 되지만 꼭 껍질을 벗겨내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생각의 껍질만 벗겨내면 됩니다. 호박씨는 분쇄기로 곱게 갈아서 요리에 활용할 수도 있어요. 익은 호박 속 부드러운 섬유질은 통밀가루만 넣고 호박부침개로 구워 먹거나 요리에 넣어 먹어요. 호박씨와 부드러운 섬유질을 살짝 파내고 남은 과육은 껍질째 납작하고 얇게 썰어 잘 말려서 밀봉하여 보관합니다.

호박말랭이를 가장 귀하게 쓸 수 있는 요리는 현미찹쌀모듬떡입니다. 식물식평화세상의 식물식밥상지도사 양성과정에서는 현미찹쌀모듬떡 만들기를 하는데 모두 처음 먹어보는 호박말랭이와 떡맛에 감탄하시곤 합니다.

주변에서 익은 호박이 눈에 띄거나 누군가 “호박 하나 줄까요?” 하면 반갑게 잘 모셔 와서 며칠 동안 눈으로 넉넉함을 즐기고 나서, 잠시 짬을 내어 호박말랭이 만들면서 놀아보셔요. 물론 말리는 과정에서 들고나는 약간의 수고로움은 있지만 은은한 호박 향기가 피로를 풀어 줄 거예요. 요리하는 게 귀찮거나 자신이 없으시면 호박씨, 호박말랭이를 자연의 맛 그대로 꼭꼭 씹어 드시면 내 몸이 아주 좋아할 거에요.

이영미 식물식평화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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