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가운데 나비는 단 한 종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산굴뚝나비다. 이 나비는 남한에서 유독 한라산에만 서식하는 나비이다. 일반 굴뚝나비(Minois dryas)는 날개 무늬가 굴뚝 연기를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산굴뚝나비는 그보다 색이 한층 짙다
이 이름을 붙인 사람은 ‘한국의 나비 아버지’로 불리는 석주명 선생이다. 예전에 산굴뚝나비는 한라산 1500m 고지에서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1500m에서는 산굴뚝나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먹이식물인 김의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산굴뚝나비의 먹이인 기주식물은 김의털이다. 그런데 제주조릿대가 한라산을 점령하면서 김의털이 더 이상 1500m 지대에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산굴뚝나비는 1500m에서 더 높은 1700m 지대로 옮겨갔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와 함께 나비의 개체 수 또한 줄어들었음은 당연하다.
서식지가 무너지면 나비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생태의 핵심은 먹이식물, 곧 기주식물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무성한 잡풀이나 쓸모없어 보여도 이게 없으면 나비는 살 수가 없다. 그런데 개발과 환경오염은 이런 식물의 군락지를 무너뜨린다. 강원도 깊은 산속마저 인간의 탐욕에 의해 밭으로 개간되는 모습을 볼 때면 자연의 균형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개발에 의한 서식지 파괴뿐 아니라 기상 이변 역시 나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는 생태계 환경 자체를 이전과 다르게 만든다. 그 결과 나비의 분포 지도는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남부 지역에만 있던 종들이 이제는 북쪽에서도 관찰된다. 나비 개체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음은 물론이다.

나비는 계절과 날씨에 민감하다. 필자 역시 공작나비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의 한 계곡을 며칠이나 찾아간 적이 있다. 나비가 나온다는 곳에서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다. 내가 가기 직전까지도 보았다는데 한 번은 날이 흐려서, 한 번은 햇볕이 없어서 나비 그림자조차 구경도 못했다. 그렇게 3일을 나비 뒷꽁무니도 보지 못하고 빈손으로 허탈하게 돌아왔다.
가끔 한라산을 떠올릴 때마다 거기서 보았던 산굴뚝나비가 떠오른다. 그 선명한 날개 빛이 바래지 않기를, 그리고 우리 후손들도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산굴뚝나비가 도감 속 전설이 아니라 한라산의 바람을 타며 자유롭게 날아다니기를 소망한다.

한때 한국에 존재했으나 지금은 전설로 남아버린 그런 나비가 제법 있다. 쐐기풀나비, 상제나비가 그것이다. 날개가 우아한 상제나비는 중국에서는 해충으로 분류되어 제거 대상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그 흔적을 볼 수가 없다. 산굴뚝나비만큼은 전설이 아닌 현실의 나비로, 한라산의 바람과 더불어 머물기를 바란다.
장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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