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에 나섰다. ETF 사업의 ‘꽃’으로 불리는 상품 개발과 디지털 마케팅 업무 담당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두는 것이 골자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최근 ETF상품전략부를 기존 ETF운용본부에서 분리해 이를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직속 조직인 ‘상품전략본부’ 산하로 재편했다. 이와 함께 대표 직속으로 ‘디지털전략본부’도 신설해 상품 전반의 디지털 기반 마케팅과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게 했다. 디지털전략본부장에는 류지해 상무보가 이달 새로 선임됐다. 류 본부장은 삼성증권 IT 엔지니어 출신으로 HSBC에서 디지털·비즈니스 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에서 디지털자산 신사업을 총괄한 인물이다. 상품전략본부 내 ETF상품전략부 부서장은 현재 공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배 대표가 ETF 상품 관련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운용사의 비즈니스는 크게 △상품 개발 △운용 △마케팅 세 축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ETF의 경우 ‘상품 개발과 마케팅’이 특히 핵심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ETF의 상품 개발·마케팅 본부를 두는 것은 상품 선정과 홍보 전략에 대해 CEO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조치라는 평가다. ETF 순자산(AUM) 약 16조 원을 운용 중인 한투운용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은 업계 3위다. 주력 상품으로는 ‘ACE KRX금현물’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등이 꼽히나 모두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난 상품들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배 대표 체제 아래에서 신상품 개발과 차별화된 디지털 홍보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투운용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ETF, 일반 펀드, 연금 등에 흩어져 있던 각 분야를 상품·운용·마케팅 부문별로 모아서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한다”며 “고객 접점 확대와 내부 효율화를 위한 하이브리드형 조직을 대표 산하에 둬 전략적 의사 결정의 속도를 높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2002년 국내 첫 ETF 상장을 주도한 ‘ETF 1세대’로 2022년부터 한투운용을 이끌고 있다. 취임 직후 배 대표는 ETF 마케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ETF 브랜드명을 ‘KINDEX’에서 ‘ACE’로 변경하는 등 리브랜딩을 거치며 한투운용의 3위 자리 굳히기를 이끌었다. 올해 초에는 대표직 3연임에 성공하는 등 실적 개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