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ED 기술 빼간 외국 회사…대법 “한국에서 재판 가능”

2025-09-07

국내에서 산업기술을 빼돌리는 불법행위가 발생해 외국 법인에 영업비밀이 유출됐을 경우, 외국 법인에 대해서도 한국이 형사 재판권을 가진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만 법인 A 회사에 벌금 6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국내 LED 업체에서 일하던 김모씨 등 직원 3명은 2016년 퇴사했다. 이때 핵심 기술과 관련된 자료가 담긴 USB를 반납하지 않거나 몰래 촬영해 영업비밀을 빼갔다. 이들은 이후 A회사에 입사해 빼돌린 기술을 임직원들에게 공유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A회사도 양벌규정(위법행위를 한 개인이 속한 법인에도 책임을 묻는 제도)이 적용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선 외국 법인인 A회사에 양벌규정을 적용해 한국에서 재판을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법원은 A회사를 국내에서 처벌할 수 있다며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회사가 “경쟁회사 직원을 채용할 때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주의와 감독을 소홀히 했다”면서도 기술 유출 자체를 기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직원들이 빼돌린 기술이 단순 영업비밀을 넘어 국가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 기술’에 해당한다며 벌금을 6000만원으로 올렸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김씨 등 3명의 영업비밀 등 누설·취득 등에 대한 의사 합치, 이에 따른 영업비밀 열람·촬영과 영업비밀 무단 유출 행위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이뤄졌다”며 “비록 산업기술 유출·공개·사용·취득 등 행위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직원 3명의 불법행위는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A 회사의 범죄 구성요건적 행위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며 “이들이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상 피고인 회사도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양벌규정 적용과 관련해 외국 법인에도 한국의 형사 재판권이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판시한 첫 사례다. A회사에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직원 3명에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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