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유심(USIM) 해킹 사태와 관련해 고객 보상에만 5000억원을 투입한다. 앞으로 5년간 업계 최대규모인 7000억원을 정보보호 투자에 쏟아 침해사고 재발을 막는다. 특히 2028년까지 최대 7조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고객 위약금도 면제한다. 고객 신뢰를 되찾고자 SK텔레콤이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예상 밖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는 4일 서울 중구 T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단기간 실적 하락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안이 강한 회사, 고객이 신뢰하는 회사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보상안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통신비 50% 할인·데이터 50GB 제공···알뜰폰도 포함
SK텔레콤은 이날 고객신뢰위원회 자문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5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오는 15일 0시 기준 SK텔레콤 고객과 이 회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을 포함한 2400만명이다.
SK텔레콤은 전 고객의 8월 통신요금을 50% 할인하고, 연말까지 매월 데이터 50GB를 추가 제공한다. 데이터 무제한을 포함한 고가 요금제 고객은 요금 할인 폭이 크고, 저가 요금제 고객은 추가 데이터가 갖는 가치가 크다는 판단으로 이렇게 결정했다. 이는 별도 신청 절차 없이 자동 반영된다.
SK텔레콤은 T멤버십을 통해 매월 50% 이상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매월 3개 제휴사를 선정, 할인율을 대폭 확대해 10일 단위로 릴레이 할인을 제공한다. 참여 예정인 주요 제휴사는 뚜레쥬르(최대 50% 할인), 도미노피자(최대 60% 할인), 파리바게뜨(최대 50% 할인) 등이다.
또 침해사고 이후 해지한 고객이 해지일로부터 6개월 이내 재가입할 경우에는 별도 절차 없이 가입 연수, 멤버십 등급을 원상복구해 제공한다.
SK텔레콤은 침해사고 발생 전(4월 18일 24시 기준) 약정 고객 중 오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을 면제한다. 고객이 기납부한 위약금을 신청하면 환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회사는 환급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위약금 반환을 신청하는 고객이 없도록 문자메시지(MMS)를 통해서도 안내할 예정이다.
보안, CEO 직속으로 격상···5년간 7000억원 투자
침해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에도 만전을 기한다. SK텔레콤은 향후 5년 간 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체계를 갖추겠다는 내용의 '정보보호혁신안'을 이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최고 수준 정보보호 인력을 영입하고 내부 전담인력을 육성하는 등 정보보호 전문 인력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안 기술·시스템 강화를 위한 투자액도 대폭 늘린다.
정보보호 기금으로 100억원을 출연해 국내 정보보호 생태계 활성화에도 적극 나선다. 이 기금은 정보보호 관련 유수 대학과 연계한 인재육성과 산학연계 프로그램 운영 등에 쓰여 건전한 정보보호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정보보호 관련 거버넌스도 대폭 개편한다. SK텔레콤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을 CEO 직속으로 격상하고, 아마존·삼성전자 등을 거친 이종현 박사를 SK텔레콤의 신임 CISO로 영입했다.
또 이사회에 보안 전문가를 영입하고 회사 보안 상태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레드팀(Red Team)을 신설하는 등 사이버 보안체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SK텔레콤은 향후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아무도 신뢰하지 말고 계속 검증하라는 보안 철학) 기반 정보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철저한 인증·권한 관리, 망 세분화, AI기반 통합보안관제, 암호화 등 정보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기술적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이번 침해사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 드리고, 고객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의 정보보호 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