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제13화. 날다람쥐 포획 작전

※ 전체 스토리를 AI 성우의 음성으로 들어보세요.
새벽을 가르는 그림자
또 터졌습니다.
무거운 침묵을 가르며 강력팀장이 말을 꺼냈다. 밤새 당직을 선 그의 얼굴엔 피로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대답 대신 한숨이 흘러나왔다.
또다시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가정집 침입 절도. 이번엔 혼자 사는 고령의 어르신 댁이었다.
새벽녘, 낯선 기척에 반쯤 감긴 눈으로 불을 켜보니 장롱문이 벌어져 있고, 며칠 전 아들 내외가 두고 간 용돈 봉투가 사라져 있었다. 현관문도 깨지지 않았고, 창문엔 흠집 하나 없었다.
현장에 투입된 과학수사팀은 고개를 저었다.
지문도, DNA도 없습니다. 족적도 없고… 너무 깨끗합니다.
형사들 사이에선 잠깐, 조용한 탄식이 흘렀다.
그는 이번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손길은 바람 같았고, 발걸음은 그림자 같았다.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한 달 사이, 같은 시간대, 비슷한 범행 수법, 그리고 동일 생활권역 내 피해자들.
이쯤 되면 단순한 기회범이 아니다.
민첩하게 골목을 훑는 방식이 마치 야생 다람쥐 같았다.
철저히 계산된 동선과 침입 루틴,
우리는 그를 ‘○○동 날다람쥐’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새벽,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어딘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누구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우리는 그가 남기지 않은 흔적 속에서 그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가 지나갔을 법한 틈을 쫓으며 또 한밤을 지새웠다.
“어르신이 많이 놀라셨답니다.”
사건을 맡은 형사의 낮은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범죄는 어김없이 일상의 균열을 타고 들어온다.
그 틈은, 때로는 너무 깊고 어두워 그 안으로 빠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온다.
하지만 우리는 ‘형사’라는 이름으로, 그 틈을 다시 메우기 위해 현장으로 나간다.
도둑의 정석(定石), 그리고 형사들의 밤
그는 늘 같은 시간에 움직였다.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
도시가 가장 깊이 잠들고, 사람들의 경계심도 한껏 느슨해지는 시간.

한여름의 폭염은 사람들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바람은 불지 않고, 선풍기는 덥고, 에어컨은 전기요금 때문에….”
결국 창문은 활짝 열리고, 현관엔 방충망 하나만 덩그러니 걸렸다.
그는 그 작은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