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해” 이 대통령 앞 머리카락 흔든 소녀들···트럼프에게도 했던 UAE 전통 ‘환영 의식’

2025-11-19

전사들 전쟁 후 돌아올 때 환영 의식서 유래

용맹·공동체 정신 상징…인류문화유산 등재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UAE로부터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았다. 특히 환영식에서 이목을 끈 장면은 흰색 전통 의상을 입은 소녀들이 긴 머리카락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온라인상에서는 “기괴하다” “한국의 처녀 귀신 같다” 등의 반응도 나왔지만, 사실 이 의식은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전통이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UAE 방문 당시에도 독특한 환영 의식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의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이 의식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아부다비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이 의식은 UAE 전통 공연 ‘알 아이알라(Al-Ayyala)’의 일부다. 단순한 춤을 넘어 베두인 사회의 용맹과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남성 전사들의 대형 앞에서 젊은 여성과 소녀들이 긴 머리카락을 힘차게 흔드는 동작, ‘알 나아샷(Al Na’ashat)‘은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알 아이알라의 기원은 수천 년 전 이 지역의 부족들이 유목 생활을 하며 고대 전쟁과 습격이 빈번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두인 부족 사회에서 전사들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 부족 여성들은 베일을 벗고 긴 머리카락을 풀어 좌우로 흔들며 이들을 환영하고 사기를 북돋웠다. 승리를 축하하는 동시에, 부족의 명예와 연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의식으로 발전했다.

먼저 두 줄로 늘어선 남성들이 죽(또는 검을 상징하는 얇은 대나무)을 들고 맞서 서서, 드럼과 타악기의 박자에 맞춰 머리와 스틱을 흔들며 ‘전투 장면’을 재현한다. 여성들은 줄 앞쪽에 서서 긴 머리카락을 좌우로 흔들며 퍼포먼스를 이어간다.

그렇다면 왜 소녀들만 이 춤에 참여할까.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는 이 춤을 젊은 여성(young women)또는 어린 소녀들(young girls)이 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의식이 가진 상징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부족의 소녀들이 전쟁에서 남성 전사들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믿음을 표현한 동작으로, 부족의 단합과 자존심을 외적으로 드러내는 매개로 작동했다. 과거에는 전투 후 승리를 기념하는 의식이었지만, 현대 공식 행사에서 알 아이알라는 귀한 손님에게 보이는 축하와 환대의 선물로 여겨진다.

UAE 정부와 문화기관은 알 아이알라를 지키기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7세부터 12세 어린이를 위해 알 아이알라 교육을 비롯한 전통 춤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 유산 축제에서 알 아이알라 워크숍이 정기적으로 열리며, 전문 무용가들이 지역 청소년에게 춤과 시 낭송을 지도하고 있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모두 ‘전통의 날’이나 문화 주간 행사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알 아이알라를 가르친다. 아부다비, 샤르자, 알아인 등 전통문화 보전에 적극적인 지역에서는 소녀들을 위한 전용 무용팀을 운영하고 국가 행사, 결혼식, 외교 방문 등 공식 행사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

알 아이알라를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하면서 유네스코는 이 공연의 본질적인 성격을 이렇게 요약했다. “알 아이알라는 단합, 기사도, 그리고 부족적 자존심을 표현하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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