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열풍, 산업 전략 없으면 남 좋은 일만

2025-08-18

‘케데헌’ 열풍에도 파생 수익은 넷플릭스 몫

지식재산권 확보 및 플랫폼 강화 지원 필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OTT 산업과 음악 산업이 맞물리며 초강력 시너지를 낸 대표 사례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본 이들이 극 중 노래를 찾아 듣고, 음원을 먼저 접한 이들은 영화를 찾아 본다. ‘케데헌’ 열풍에는 K컬처의 힘이 크지만 디지털 시대 새로운 문화 소비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은 이 거대한 파생 가치의 주인공이 아니다. 방영 수익은 넷플릭스가 가져가고, 세계 각국 팬들이 쏟아내는 노래·댄스 커버 영상의 수익은 유튜브·틱톡이 차지한다. 한국산 글로벌 플랫폼이 없는 현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포브스는 넷플릭스가 ‘케데헌’을 디즈니 히트작 ‘겨울왕국’에 버금가는 프랜차이즈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작사는 소니픽처스지만 넷플릭스가 제작비 투자 대가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했기에 향후 수익의 대부분은 넷플릭스 몫이 될 전망이다. ‘겨울왕국’은 극장 박스오피스, 인형·의상 등 굿즈, 뮤지컬 등으로 20조원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주는 K컬처가 넘고 돈은 미국 기업이 가져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케데헌’ 열풍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까치 호랑이’ 배지가 매진되고, K팝에 무관심했던 서구 중년 남성들까지 관심을 갖는 등 K컬처에 긍정적인 측면도 작지 않다. 그러나 과도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자족적인 ‘국뽕’에 빠지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백범 김구의 꿈인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는 자부심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 문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산업적 틀, 특히 지식재산권과 글로벌 플랫폼이 핵심이다.

최근 나온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는 현실을 일깨워준다. 이에 따르면 ‘세계 지식재산권 상위 50 기업’에 한국은 단 한 곳도 없다. 미키마우스·배트맨 등 캐릭터를 지닌 미국이 32곳, 포켓몬·헬로키티 등을 지닌 일본이 7곳이었으나 한국은 전무했다. 원천 IP 부족, 다각적 활용 전략 부재, 투자 여력 한계 등이 이유로 꼽혔다. 대한상의는 해법 중 하나로 ‘IP 주권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제작사가 일정 지분을 보유한 프로젝트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IP 권리를 공유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대가로 IP와 파생 수익을 독점하는 구조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귀 기울일 가치가 있는 제안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한류 열풍이 글로벌 수준의 지식재산권 양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정부의 장기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 근시안적 지원이나 규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케데헌’ 열풍이 한국 민관의 IP 산업 전략을 냉정하게 돌아볼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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