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최근 농업계에서 ‘밭벼’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논에 물을 대지 않고 밭에서 벼를 재배하는 방식은 낯설면서도, 사실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쌀이 귀하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비탈 밭에서도 벼를 재배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농업 기술이 발전하고, 물 관리가 체계화되면서 점차 벼농사는 담수 상태의 논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밭벼가 이제,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와 인력 감소라는 과제 앞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일본 중부전력은 물을 대지 않고 벼를 재배하는 실증 실험을 아이치현 신시로시에서 공개했다. 드론을 활용해 푸르게 자란 벼에 비료를 살포하는 장면은 현대 농업 기술과 전통 재배 방식이 만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번 실험은 미에현, 나가노현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총 2.75헥타르에서 9,900kg의 수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첫째, 노동력 절감이다. 볍씨를 직접 밭에 뿌리는 ‘직파 방식’은 기존 논에서의 육묘, 모내기, 담수 유지 작업을 생략할 수 있어 노동시간을 약 6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고령화로 노동력이 급감하고 있는 농촌 현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더불어 물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어들며, 이는 수자원 절약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둘째, 밭벼는 친환경 농업의 상징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논농사에서는 물속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메탄가스를 다량 발생시키는데, 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이상 강한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물을 대지 않는 밭벼 재배는 이러한 메탄 발생을 거의 없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셋째, 밭벼는 경작지의 유연한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논은 대부분 벼 재배에만 적합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쌀 과잉과 콩, 잡곡류의 자급률 저조가 문제시되고 있는 우리 농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논의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밭벼를 통해 논의 밭화가 쉬워지면, 향후 콩이나 고구마, 옥수수 같은 대체 작물을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넷째, 밭 환경은 정밀농업 기술을 접목하기에 더욱 유리하다. 토양이 건조하고 물을 가두지 않기 때문에 드론, 자동 관수 시스템, 센서 기반 분석 등 첨단 농업 기술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는 생산성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조건이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아직까지 밭벼에 적합한 품종이나 재배기술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고, 잡초 발생에 따른 방제 문제, 가뭄에 대한 취약성 등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농업용 드론이나 자동화 장비, AI 기반 정밀농업이 상용화됨에 따라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밭벼는 ‘미래 농업’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물을 절약하고, 노동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며, 동시에 농업의 경제성과 식량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 농업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이 기술을 실용화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연구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