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2007년 11월 13일 오후 3시 15분쯤 대구 서문시장.
서문시장 입구에서 약 50m 떨어진 A빌딩 상가를 걸어가던 한 정치인에게 계란 네 알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옆 지지자에게 부딪히며 터졌고, 노른자 파편이 정치인의 안경과 왼쪽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수모를 겪은 이는 다름 아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전 총재(무소속 대선후보)였다.
◇"경선 없이 재출마해 실망했다"=계란을 던진 사람은 모 신용대출업체 영업직원으로 알려진 이모(32)씨였다. 그는 경찰에 "이 전 총재를 지지해 왔는데 경선을 거치지 않고 이번 대선에 재출마해 실망이 컸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 전 총재는 "이 사건으로 행사를 준비한 분들의 마음이 상할까봐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계란을 던진 것도) 애증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유세를 멈추지 않고 이어가며 "계란 마사지를 하고 왔다. 덕분에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다"는 농담으로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는 해당 사건을 즉시 보고받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이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이회창 후보는 우리와 힘을 합칠 분이므로 당원들은 절대 무례한 행동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당원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전날에는 '공기총 살해 협박'=계란 세례 하루 전에는 살해 협박 전화를 받았다.
당시 45세 남성 성 씨가 오후 1시 9분부터 약 8분 동안 이 전 총재의 서울 남대문로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이 전 총재가 나오면 분열을 초래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럼 정동영 후보를 당선시키게 된다. 이 전 총재가 대선에 나오면 공기총으로 살해한 뒤 나도 죽겠다"며 '사살'과 '죽이겠다'는 표현을 다섯 차례나 반복했다.
경찰은 캠프의 수사 의뢰를 접수하고 13일 오후 4시께 대전 자택에서 성 씨를 긴급 체포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성 씨는 "막노동 일을 하면서 생활고를 겪게 되자 평소 갖고 있던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회창 후보에게 표출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특정 정당의 단원은 아니었다.
결국 테러의 위협을 느낀 이 후보는 경찰 경호 인력 17명 외에 사설 경호원 9명을 따로 고용, 근접 경호를 강화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1월 말에는 9명의 경찰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
◇"이회창, 뒈지게 맞을 짓했다"...중견 탤런트의 발언 파문=계란 세례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 이번에는 한 연예인의 막말이 정치권을 흔들었다.
중견 배우 백일섭은 2007년 11월 13일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이회창 출마 규탄대회'에 연사로 참석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연단에 올라 "이회창 후보의 짓거리는 뒈지게 두드려 맞아야 할 짓이다. 친구끼리 뜻을 같이 하다 좋은 쪽이 있구나 해서 슬쩍 빠지면 뒈지게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밤거리 다니지 말아야지, 뒈지기 맞기 전에"라고 수위 높은 표현을 이어가며 "올 12월 19일은 국민후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날. 이명박 대통령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이회창 캠프는 즉각 반발했다. 당시 조용남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이 후보에게 테러를 하겠다는 것인지 선전포고인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백 씨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은 이 나라가 법치국가인지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이회창 지지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국昌', '창사랑', '이회창사랑' 등 이회창 팬글럽연합은 백일섭이 이회창 후보에 용서를 빌고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같은 달 15일 '백일섭 협박성 망발 규탄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법원의 판결과 대통령선거의 결과는=먼저 '공기총 살해 협박'의 피의자 성 씨는 2007년 12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로부터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할 의도로 협박한 것으로, 이는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범죄로서 피고인의 범행 이후 모방범죄가 발생하는 등 예방적 관점에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는 등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실제 해악을 가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후보자의 선거사무실 직원에 대한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전화가 직원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직원을 협박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계란 투척 사건을 일으킨 회사원 이 씨는 2008년 1월 18일 대구지법 형사 11부(윤종구 부장판사)로부터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자에게 계란을 던져 폭행한 혐의가 인증되나 피고인이 목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생계란을 가지고 있던 중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정당에 가입하는 등 특정한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직장을 사퇴한 점 등을 감안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2007년 12월 19일,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48.6%의 득표율(1136만345표)로 당선됐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6.2%(612만2870표),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15.1%(352만5338표)를 얻어 가까스로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 받을 수 있는 15% 득표율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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