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커트래즈

2025-05-06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섬 앨커트래즈는 예로부터 전략적으로 뛰어난 요새로 꼽혔다. 샌프란시스코가 한눈에 보이는 천혜의 지형 덕분에 한때 미합중국 육군 기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앨커트래즈가 진정한 ‘악명’을 떨치게 된 것은 1930년대 ‘탈출이 불가능한’ 연방교도소로 활용되면서부터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바다 위의 철창이었던 셈이다.

1920년대 금주법 시행과 대공황의 여파로 미국 전역에 범죄가 들끓자 미 연방수사국(FBI)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시기 앨커트래즈에는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 수감됐다.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를 비롯해 ‘할렘의 대부’ 엘즈워스 존슨,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 갱단 우두머리 앨빈 카피스 등이 이곳에 갇혔다.

‘탈옥 불가’의 명성을 자랑하듯 앨커트래즈에서는 29년간 단 한 번의 성공도 허락하지 않았다는 게 미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14번에 걸쳐 36명의 죄수가 탈옥을 시도했지만, 사살되거나 다시 붙잡혔다. 유일하게 성공했다고 여겨진 3명조차 차디찬 바다를 헤엄쳐 달아나다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배경 때문에 <더 록> <일급살인> 등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곳의 실상은 더 암울했다. 간수의 폭력과 비인간적인 대우 등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히 무시되던 공간이었다. 이러한 문제점들과 함께 운영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1963년 감옥은 폐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0여년 전 폐쇄된 앨커트래즈 교도소를 다시 열고 중범죄자를 수감하겠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침해의 상징인 앨커트래즈를 부활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부터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성정 탓에 실제 앨커트래즈가 다시 문을 열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등 뒷말이 많다. 온라인에서는 트럼프가 TV를 보다가 앨커트래즈 부활의 아이디어를 얻은 거라는 조롱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트럼프가 주로 주말을 보내는 플로리다주 남부 지역에서 지난 3일 밤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 <알카트라즈 탈출>이 방영됐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오락가락하는 트럼프가 앨커트래즈 재개소 계획을 언제든 철회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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