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명가' LG전자, '세탁기'로 미국시장 잡는다

2025-05-26

LG전자가 북미 시장을 거점으로 상업용 세탁기를 앞세운 B2B 사업 확대에 나섰다. 세탁기 수요가 견조한 북미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며, 가전 사업의 체질을 소비자(B2C) 중심에서 기업 간 거래(B2B)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북미 최대 세탁 체인 기업 CSC서비스웍스와 상업용 세탁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CSC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약 150만 대의 상업용 세탁·건조기를 운영하는 북미 최대 세탁 솔루션 기업으로, 주요 납품처는 아파트 단지, 대학 기숙사, 호텔 등 공용 세탁실과 코인 세탁소다.

이번 계약으로 LG전자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아우르는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는 이를 LG전자의 B2B 사업 확대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LG전자는 기존의 B2C 중심 가전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B2B 중심의 조직 체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사업 중 B2B 비중을 4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운 상태다.

특히 그동안 소비자 대상 제품으로 인식되던 전통적인 B2C 가전도 B2B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계절적 수요 변화에 민감해 실적 변동이 큰 만큼 보다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한 건당 납품하는 제품 수도 많고 향후 추가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B2B 공략 지역으로 북미를 선택한 이유는 전 세계 가전 소비의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격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LG전자는 미국 가전제품 시장에서 21.1%의 점유율로 매출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B2B 비중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은 "2026년까지 북미 가전 B2B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미 B2B 공략 위한 제품으로는 전략적으로 '상업용 세탁기'를 꼽았다. 미국은 상업용 세탁기 수요가 견조한 지역이다. 공동주택이 많은 주거 구조상 가정마다 세탁기를 두기보다는 대용량 세탁기·건조기를 활용한 빨래방 형태의 공용 세탁공간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세탁기 시장은 지난해 2조440억원에서 2029년까지 연평균 5.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시장 공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관세리스크도 세탁기 제품군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오는 7월 9일부터 미국이 상호관세 조치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관세 인상폭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다만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건조기를 생산하는 현지 생산 거점이 구축되어 있다. 해당 공장은 연간 약 12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상호관세 부과 또한 회피할 수 있다.

이에 조주완 LG전자 CEO는 최근 "미국 테네시 공장의 생산량을 증대해 미국향 세탁기·건조기 공급 물량을 확대하겠다"며 "증량된 생산 기준으로 미국 가전 매출의 10% 후반까지 커버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부지에 LG전자의 '가전 공장 타운'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 CEO가 지난 주주총회에서 "냉장고, 오븐 등도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용지를 준비해놨다"고 언급한 데 따른 해석이다. 현재 LG전자는 125만㎡ 부지 내에 약 5만㎡ 규모의 가건물을 짓고 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물류 창고 용도로 짓고 있는 것일 뿐, 공장 신설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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