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문 당선 소감 - 시를 사랑해 시인의 이름을 주신 부모님께 드립니다

2025-12-31

어떤 날엔 훌쩍 떠나고 싶었고, 또 어떤 날엔 풀썩 주저앉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건 언제나 마음일 뿐이었고, 저는 오늘도 착실히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 일이 있거든요.

시는 그렇게 제 일상을 지켜주었습니다. 지도처럼, 오늘 할 일과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

당선 연락을 받은 날, 믿을 수 없는 기쁨과 스스로가 미덥지 못한 걱정이 뒤섞여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짐하고 있어요. 이 글을 쓰는 지금만큼은 걱정을 도려내고, 기쁨만을 윤이 나게 닦고 싶어요.

당신께 드리려고요.

오늘의 기쁨은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장옥관 교수님, 김민정 선생님을 비롯한 계명대, 명지대 교수님들이 메마른 화분에 매일 물을 주듯 저를 가르치셨습니다.

글치레 아이들, 가족과 다름없는 친구들과 문우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진돗개가 끝까지 제 곁에 있었습니다.

제게 처음 시를 알려주신 건 부모님이었어요. 김남주 시인을 사랑해서 남주라고 제 이름을 지었고, 어린 제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어떠한 가난에도 악착같이 일을 하며, 딸을 대학원까지 보냈습니다.

저는 한 번도 혼자서 글을 쓴 적이 없어요.

저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해주시고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절친한 나의 몸에게는 사랑과 증오를 드리고요.

삶의 노래가 되어준 문학에게, 제가 가진 것 중 가장 낡은 동경을 바칩니다.

못난 나의 언어를 드려요.

받아주신다면 저는 기쁠 거예요.

▲김남주

△ 1995년 출생

△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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