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박지영 지음
현대문학 | 268쪽 | 1만6000원

잘난 것 없는 자신이 가진 유일한 장점은 ‘팬의 DNA’라고 복미영은 생각했다. 10대 시절부터 연예인과 주변인을 가리지 않고 사랑하고, 흠모해온 그는 ‘팬’의 정체성으로 5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 그런 그가 타인의 팬이 되길 포기한 건 ‘최애’ W 때문이었다.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좋았던 W가 실은 음주운전과 뺑소니로도 모자라 불법촬영물과 관련된 단체방 멤버였음이 알려지면서다. 사랑하는 연예인들이 차례로 언론 사회면에 진출한 것도 연이어 세 번. ‘나는 쓰레기만 골라 좋아하는 것인가’라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복미영은 ‘복미영 팬클럽’을 창단한다.
복미영은 ‘탈덕’ 과정에서 팬클럽을 거느린 연예인보다, 그를 연예인으로 만들어주는 팬들의 힘이 위대하다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낸다. 타인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응원하는, 심지어 도덕 관념까지 틀어버릴 수 있는 사람의 힘. 그런 힘을 가진 개인들에게 팬클럽이 필요하다. 복미영 자신에게도 말이다. ‘팬의 DNA’를 가진 그가 남이 아닌 자신의 팬이 되겠다고 다짐한 그날부터 복미영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복미영 팬클럽’은 연예인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복미영은 자신의 팬이 될 사람을 찾고, 그를 위한 ‘역조공’ 서비스를 기획한다. 이 팬클럽에서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은 설 자리가 없다. 복미영의 집 근처에서 열리는 ‘동네북클럽’의 회원 김지은은 복미영에게 선택당한 제1호 팬이다. 복미영은 자신의 1호 팬을 위해 폐장한 부곡하와이로 떠나는 역조공 이벤트를 기획한다.
소설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는 사회에서 고립된 여성들이 공동체 ‘동네북클럽’을 중심으로 ‘잘 사는 법’을 골몰하는 이야기다. 꼭 필요한 노동을 하지만 그림자처럼 여겨지는 이모들, 그 이모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타인에게 쓸모없다며 버려지더라도 나의 쓸모와 이야기는 직접 만들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이모님’이라는 단어에 담긴 멸시를 시원스레 전복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