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국민에게 영향 큰데, 보도 충분하지 않아

2025-08-31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65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가 지난달 26일 중앙일보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독자위원들은 ‘잊힌 독립영웅을 찾다’ ‘독립의 얼 잇는 사람들’ 등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의 뜻을 되새기고 실천하는 이들을 조명한 기획을 높이 평가했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 검찰개혁 등 현안에 대해서도 더 나은 콘텐트 제작을 위한 비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8월 19~20일자 ‘위기의 보수’ 기획이 눈에 띄었다. 원래 경제나 안보를 강조하면 보수라는 생각이 있는데, 국민의힘이 정책 역량도 부족하고 보수 유튜버에 포획된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잘 짚었다. 대안 정당으로서 보수 정당의 위축은 정치 지형 전체에서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앙일보가 아픈 메시지를 계속 던져야 한다. 13~15일자에 연재된 ‘잊힌 독립영웅을 찾다’도 굉장히 좋았다. 알던 독립운동가의 이름이 하나도 없었는데 읽으면서 상당히 감동했다. 다만 일부 아쉬운 점은 과거 인물과 사건의 스토리 텔링과 함께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광복절의 의미를 짚어보는 걸 중앙일보가 하면 좋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인의 관심이 케이팝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한 13일자 20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기사도 흥미로웠다.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실제 잘 실행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한데, 4일자 5면 ‘미 조선소에 국내 기술자 50명 보냈다’ 기사가 이를 굉장히 잘 짚어줬다. 5일자 2면 ‘국가대표 인공지능(AI) 데스매치’ 기사는 내용 정리를 잘했는데 선발 과정의 이야기를 조금 더 파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선정 기업들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목표가 보이지 않았다. 중국 AI 굴기 현장 시리즈도 계속 나오고 있다. 민간 주도 AI 펀드 조성을 제안한 7일자 12면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의 기고는 전문가의 통찰력이 잘 반영된 글이었다. 21일자 1면 ‘부동산에 묶인 빈곤 노년’ 기사는 거주지, 수입 구조 등 개인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사례별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26일자 6면 ‘공시생 4년 만에 반토막’ 기사가 흥미로웠다. 임금, 부당 인사 등 여러 각도에서 공직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를 잘 제시했다. 다만 공시생이 줄고 기업 취준생이 늘어나는 추세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 등 중앙일보가 정권 초기에 부동산 대책의 방향을 잘 잡아주고 있다. 23일자 1면 ‘0%대 성장 공식화’ 기사는 정부가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성장을 가로막는 입법을 내놓는 상황을 잘 지적했다. 5일자 1면 ‘투자 리딩 사기’ 기사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경각심을 잘 전달했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5일자 ‘10만원 투자 47% 수익…그때부터 악랄한 유혹 시작됐다’ 기획과 관련, 왜 그런 사기를 당할까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기획을 읽어보니 이렇게 몰리면 당하겠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강력범을 잡기 위해 만든 경찰 기동순찰대가 흡연 단속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6일자 8면 보도도 좋았다. 의대 대신 공대에 진학한 청년 3명을 인터뷰한 8일자 ‘AI시대, 이공계가 미래다’ 기획과 관련, 8면에 누리호 박사 연봉은 5200만원이고, 전문의는 2억이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는 그래도 의사를 하라는 얘기가 되니 좀 이상했다. 의대에 갔지만 이후 다른 직업을 택해서 성공한 분들도 인터뷰해야 했지 않을까 싶다. 14일자 B1면은 소비자가 편의점에 약을 늘려 달라고 하는데 복지부가 약사 반대를 의식해 7년 동안 논의하지 않는 현상을 다뤘다. 기획으로 더 지적할 필요가 있다.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문화예술 분야 기사는 매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예술 자체는 사회 저항 메시지를 많이 담아내는 데 관련 기사는 단순한 정보를 소개하거나 예술가를 신격화하는 기사가 많다고 느낀다. 예술 분야는 중앙일보 기사보다 칼럼이 읽을 만한 게 많은데 이 점을 고민해봐야 한다. 조만간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프리즈가 열린다. 문화예술을 산업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했다. 키아프·프리즈가 출범 4년째인데 훑어보기 식이 아닌 분석적인 보도를 기대한다. 한·미 관세 협상 보도는 다층적 취재로 정보 전달을 충실히 했다. 다만 정부 성과에 조금 우호적 방향으로 편집 방향을 가져간 것 같다. 중장기적 손익 구조가 어떠할지 비판적 시선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18일자 1면 ‘중대재해 전수조사’ 기획은 신문에서만 할 수 있는 보도로 잘했다. 5면은 “산재 사고, 처벌보다 지원을”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그런데 본문에 그런 코멘트가 없어서 아쉬웠다. 6일자 15면 ‘소비쿠폰에 우는 온라인 사장님’ 기사는 가장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못 보고 있는 상황을 훌륭히 지적했다. 26일자 1면 제목이 ‘한·미정상회담 개최, 트럼프는 말폭탄부터 쏟아냈다’고 나왔는데 밤사이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약간 뜬금없었다. 11일자 11면 ‘김건희 반클리프 목걸이 상납 의혹’ 기사는 본문에 회장 맏사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에 임명됐다고 적었다. 그런데 이 고위직이 국무총리 비서실장이었고 실명도 다 보도된 상황에서 굳이 익명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장=러·우 전쟁에 대한 보도가 어느 순간 끊긴 것 같다. 양국 협력 등 주목해야 할 사안과도 연관된 만큼 앞으로 러·우 전쟁의 동향을 추적하는 기획 보도가 계속 이뤄졌으면 한다. 국정 과제가 공개됐는데 이전 정부에서 강조되지 않은 키워드가 보인다. 대표적인 게 ‘북극’인데 이를 지정학·경제·군사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기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계엄 이후 군 위상이 많이 실추됐다. 묵묵히 일하는 평범한 군인들이 재조명됐으면 한다. 중앙일보 온라인 기사도 중요한데 온라인 기사에서 자료나 외신을 인용할 때 하이퍼링크로 소스를 함께 제시하면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싶은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주영환 변호사=정부의 중대재해 엄벌 기조를 소개하는 내용이 집중 보도되는 가운데 ‘중대재해 전수조사’ 기획이 돋보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초기에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현재는 줄어들지 않은 현실을 잘 진단했다. 정부 입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자료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좋았다. 20일자 6면 ‘무궁화호 사고’ 기사는 피해 규모도 중대했고 공기업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인데 보도 비중이 너무 작았다. 기사 내용도 코레일의 변명을 비판 없이 옮겨 놓은 것 같아서 아쉬웠다. 검찰 개혁은 일반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의제인데 보도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검찰 개혁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이를 통해 국민 생활이 나아져야 한다. 중앙일보가 검찰개혁 이슈를 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는데 해야 할 얘기는 해야 한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리딩사기’ 기획은 원래 유료 서비스인 ‘The JoongAng Plus 이것이 팩트다’로 제공됐던 내용이다. 리딩사기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유료 기사를 지면에 공유한 건 민생과 공익을 함께 챙긴 좋은 보도였다. ‘잊힌 독립영웅을 찾다’ 기획은 특히 여성 독립운동가를 집중조명한 첫 회가 인상적이다. 그간 여성의 구국운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지속적 보도를 기대한다. 8월 24일 기준으로 노란봉투법은 기사로만 해도 25건 실렸는데, 부정적 프레임이 일방적으로 적용됐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인용 출처도 민주당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노동자의 목소리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세정 위원장=8월에 좋은 기획이 많았다. 창간 60주년 기획 ‘대한민국 트리거60’은 외부 필자에도 의뢰하면서 내용에 깊이가 더해졌다. 23일자 8면 ‘부자 증세 프레임’ 기사는 장덕진 서울대 교수 기고를 통해 큰 그림에서 세제 개편 논의를 조망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대치동 교육에 대해 다룬 11일자 16면 ‘대치동 20년 정신과 의사 조언’ 기사는 굉장히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공포 마케팅에 휩쓸린 부모들이 돈은 돈대로 쓰고 애들은 고생하면서 얻는 것도 없다.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인데 정부도, 신문도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13일자 16면 ‘샤오미가 소상공인? 번지수 틀린 소비쿠폰’ 기사도 재밌었다. 보도 이후 행정안전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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