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이 노사 갈등 장기화 속에 8월 예정이던 20주년 기념 행사 ‘DNF 유니버스 2025’를 전격 취소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용자 피해는 왜 외면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네오플은 전날 저녁 자사 게임 홈페이지를 통해 ‘DNF 유니버스 2025’ 행사의 취소 소식을 공지했다. 이 행사는 넥슨의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던파)’ 시리즈 2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마련된 통합 축제였다. 네오플은 행사에서 ‘던파’ 및 ‘던파 모바일’의 대형 업데이트와 함께, 개발 중인 신작 ‘오버킬’,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등의 정보도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네오플은 “내부 여건상 당초 계획한 콘텐츠를 충분한 완성도로 선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취소를 결정했다”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대체 행사로 20주년을 기념한 사회 공헌 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돌연한 취소 배경에 네오플 내부의 노사 갈등 장기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네오플 노조는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던파 모바일’ 중국 출시 성과급이 일방적으로 삭감됐다며 사측에 수익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작년 영업이익(9824억 원)의 약 4%에 해당하는 393억 원을 직원들에게 배분하라고 주장 중이다.
노조는 5월부터 야근 거부 및 옥외 집회 등 준법 투쟁을 벌이다가,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25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현재 전체 직원 1500명 중 약 900명이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 11일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네오플 측은 “노조의 요구는 무리하며, 수익분배금(PS) 제도 도입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사 갈등이 격화되며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여름철은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가 몰리는 ‘게임업계 대목’으로 꼽히지만, 현재 던전앤파이터는 주요 패치조차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대형 행사까지 무산되자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노사 싸움에 유저가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노사 모두가 자신들의 주장을 앞세우는 사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팬들”이라며 “행사까지 볼모로 삼은 모양새가 된 만큼, 최소한의 이용자 보호책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