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옷’ 만드는 그 회사…日 워크웨어 1등 버틀, 한국 시장 두드린다

2025-12-14

옷에 소형 팬(fan)이 부착돼 이른바 '선풍기 옷'으로 불리는 작업복 ‘에어크래프트(Air Craft)’는 일본에서 이미 하나의 고유명사로 통한다. 여름철 건설·운송·공장 근로자의 열사병을 막기 위해 탄생한 이 제품은 어느덧 반려견 산책이나 야외 스포츠 경기 관람 등 일상 영역까지 스며들며 현지에서 여름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에어크래프트 시장을 장악한 일본 워크웨어(작업복) 브랜드 ‘버틀’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에서 팬이 달린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그건 아마 우리 버틀 제품일 겁니다.” 모리치카 히로후미 버틀 총괄본부장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버틀의 성공 비결로 가격 경쟁력과 디자인의 결합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옷은 아무리 멋있어도 비싸면 구매하기 망설여진다"며 "유럽 워크웨어 브랜드들의 제품이 30만 원대라면 우리는 품질이 좋은데도 약 5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1958년 설립된 버틀은 일본 내 에어크래프트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버틀의 지난해 매출은 347억 엔(약 3290억 원)으로 이 중 에어크래프트만으로 약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B2B(기업간거래) 비중은 70%로, 임직원 3000여 명 규모의 일본 건설 대기업 ‘슈퍼 제네콘’ 등이 주요 고객사다. 원리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다가 갑자기 선풍기를 쐬면 굉장히 시원하잖아요. 바로 그 원리입니다. 작업 중 땀 흘리는 몸에 바람을 넣으면 체감온도가 확 떨어지죠.”

모리치카 총괄본부장은 “일본 건설 현장에선 열사병 등 산업재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사를 한 달 이상 중단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며 “납기를 맞춰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선 치명적인 만큼 원활한 작업과 사고 방지를 위해 에어크래프트를 입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돈키호테같은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한 숍인숍(Shop-in-Shop) 공간과 온라인몰에서 버틀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에어크래프트는 전동·공구 사업 등을 전개하는 교세라 인더스트리얼 툴즈가 먼저 개발해 판매하고 있었지만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버틀에 손을 내밀었다. 두 회사는 2017년부터 공동개발에 나섰다. 모리치카 총괄본부장은 “초기 제품은 입으로 부는 바람보다 좀 더 시원한 정도인 10볼트 정도였다”며 에어크래프트의 출발점을 회고했다. 버틀은 이후 매년 성능을 개선해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조끼와 반팔, 긴팔 등 종류도 다양하다. 내년 출시 예정인 제품은 30볼트급 출력으로 초당 115리터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풍량을 구현한다.

버틀은 3년 전 해외사업부를 신설하고 글로벌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대만과 홍콩, 미국, 브라질 등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은 올해 국내 워크웨어 플랫폼 ‘아에르웍스’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첫 진출했다. 올해 6월 말 론칭한 아에르웍스는 워크웨어 시장이 고도화된 일본 내 ‘지벡’, ‘그레이스 엔지니어’ 등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온오프라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버틀은 한국에서 주력 제품인 에어크래프트의 내년 물량으로 옷에 들어가는 배터리 1만 개를 발주했다. 여름철 잦은 세탁을 고려해 의류 자체는 배터리 수량보다 1.2~1.5배 더 생산할 계획이다. 모리치카 총괄본부장은 “마땅한 경쟁사가 없는 한국에서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수립해 앞으로 더 많은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며 “진출 초기 단계인 지금은 공급가 기준 1억 엔(약 9억 4500만 원)을 목표로 시작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20억 엔, 200억 엔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일상복처럼 입어주길 기대했다. “등산이나 야외 활동 등을 할 때 누구든 부담 없이 착용해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도 ‘버틀’하면 작업복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우리가 잘하는 영역에 우직하게 집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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