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업계가 고객 대상 서비스, 수요 예측,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혁신에 나서고 있다. 망고나 자라 등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에서부터 랄프 로렌 같은 명품 브랜드까지 다각도로 AI를 활용하면서 패션업계에도 AI 바람이 불고 있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은 패션 스타일링 도우미 ‘애스크 랄프(Aak Ralph)’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애스크 랄프는 실제 랄프 로렌 의류에 기반해 다양한 코디를 제시하고 구매까지 가능하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콘서트에 갈 때 뭘 입을까?’라고 질문하면 해당 상황에 어울리는 코디를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네이비 블루 색상의 남성용 블레이저를 스타일링하는 법’이나 ‘가을에 어울리는 레이어드 룩을 연출하는 법’ 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고객은 애스크 랄프가 제시한 답변에 대해 추가로 질문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취향에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계속 추천 받을 수 있다. 현재 이 서비스는 미국에 한해 제공된다.
패션업계가 AI를 활용해 고객에 보다 정교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나이키의 경우 고객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발을 촬영하면, 발의 모양과 사이즈 등을 측정해 가장 잘 맞는 운동화를 추천하는 ‘나이키 핏’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키는 사이즈나 핏에 대한 불만이 매년 50만 건 이상 접수되는 것에 기반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SPA 브랜드 망고는 올 7월 대화형 AI ‘망고 스타일리스트’를 내놨다. 이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의 취향 등을 파악하고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것으로, 망고는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쇼핑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의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은 이달 2일 회사의 기술과 AI 전략을 담당할 최고 AI&기술직(Chief AI&Technology Officer)을 신설하고 담당자를 임명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제품 혁신 과정을 발전시키고, 고객 경험에 있어서도 참여 및 개인화 정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자라와 H&M 등은 특정 제품의 수요가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을 하는데 AI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체도 AI 활용에 나서고 있다. F&F가 NC AI의 ‘바르코 아트패션’을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600개 이상에 달하는 패션업계의 전문 용어와 트렌드를 학습해 패션산업에 특화된 AI로, 디자이너가 명령어를 입력하면 수 초 만에 복수의 디자인 시안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디자인 원단 변경이나 착장 이미지 합성, 트렌드 제품 제안 등의 기능도 지원한다.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제품의 이미지를 넣으면 모델이나 날씨, 장소 등의 제약 없이 다양한 배경의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NC AI 관계자는 “F&F가 이 솔루션을 도입한 뒤 신상품 개발 주기가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되는 등 업무 혁신 효과를 입증했다”며 “현재 10곳 이상의 패션기업도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마뗑킴도 올 봄부터 국내 5개 오프라인 매장에 AI를 결합한 ‘3D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도입했다. 이는 고객들 눈앞에 실제 모델이 제품을 착용하고 서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착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