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어, 넘어간다.”
잔디 위에 모래가 깔렸고, 울퉁불퉁 고인 물웅덩이는 진흙으로 메워졌다. 전날 폭우로 경기에 차질이 우려됐지만, 선수들은 “물이 적(敵)인 파크골프”를 끝내 즐겼다. 홀에 공이 걸칠 때마다 곳곳에서 탄식과 환호가 터져나오며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다.
억수비가 쏟아진 17일과 18일 양일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파크골프장에서는 ‘제7회 서울시장기 파크골프대회’가 열렸다.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가 주최하고 서울시파크골프협회가 주관했으며, 대한파크골프협회가 후원했다. 이번 대회에는 서울 21개 자치구에서 모인 선수 608명(양일간 각 304명)과 심판 40명을 포함해 총 700여 명이 참가했다. 개회식에는 서울시체육회 부회장, 대한파크골프협회장 및 임원진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대회 첫날 일부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비를 맞아야 했다. 남자 그룹이 먼저 경기를 진행했고, 오전 10시에 예정된 개회식도 천막을 설치한 뒤 진행될 만큼 날씨가 좋지 않았다. 일부 그룹은 제시간에 경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오후 1시에야 라운드에 나설 수 있었다. 단체전은 원래 이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첫날 경기 취소로 인해 둘째 날 하루 동안만 압축 진행됐다. 이에 따라 일부 선수들은 이틀간 나눠 치러야 할 경기를 하루 만에 소화해야 했다.
경기는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개인전은 남녀 각각 18홀 스트로크 최저타(샷건) 방식으로 치러졌으며, 참가 선수들은 대회 기간 이틀 중 하루만 출전했다. 단체전은 남남·여여 2인 1조가 한 팀을 이뤄 총 36홀을 소화하는 포섬 샷건 방식으로 운영됐다. 베스트볼이 아닌 포섬 방식이 적용돼, 선수들은 번갈아 한 공을 치며 호흡을 맞춰야 했다. 1일차에 치르지 못한 결선은 2일차에 이어 진행됐다.


첫날 폭우로 구장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기며 선수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경기에 대한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이덕주(69·광진구) 씨는 “비가 많이 와 불편했지만,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른다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며,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좋았지만 평소보다는 구장 상태가 다소 아쉬웠다. 파크골프의 적인 물웅덩이는 진흙으로 메워줘서 다행히 경기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그는 60타를 기록하며 “비교적 만족스러운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통해 세대와 구분 없이 서로 격려하며 화합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은평구에서 참가한 한 선수는 “비가 와도 친구들과 함께 웃고 경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홀 앞에 마련된 자리에서 다른 참가자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잠시 경기를 잊고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순간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선수들은 연습 기회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출전 선수라면 최소한 세 번은 연습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저는 한 번밖에 오지 못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구장이 늘 가득 차 있어 원하는 만큼 연습할 수 없다”며 “서울시가 공식 등록 선수들에게는 일정 횟수의 연습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 종합 우승은 송파구에 돌아갔다. 준우승과 3위에는 각각 광진구와 관악구가 올랐으며 4위는 동작구가, 5위는 강남구가 차지했다. 개인전 남자부 우승은 최신국(동작구·55타) 선수, 여자부 우승은 윤은숙(양천구·59타) 선수에게 돌아갔다. 단체전 남자부 우승은 석용배·이현걸(송파구·58타) 선수, 여자부 우승은 최연숙·편선영(관악구·57타)가 차지했다. 개인전과 단체전 부문별 1위는 각각 트로피 또는 메달과 부상을 받았다. 종합 순위에 오른 구는 최고 100만 원에서 15만 원을 수상했다.
이영우 서울시파크골프협회장은 “폭우로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선수들이 경기와 즐거움을 모두 만끽한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앞으로도 모든 참가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파크골프가 서울시민 모두의 세대 구분 없이 함께 화합하는 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