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름 빌리겠다면서 지갑 여는 외국기업…이해충돌 우려↑
지난해 트럼프 브랜드 수입 611억 원…"외국 정부와 직접거래는 없어"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겠다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외국 기업이 줄을 잇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최근 공개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트럼프 브랜드 판매 수입이 4천460만 달러(약 611억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동산 개발업체 다르 알 아르칸은 사우디와 오만, 두바이 등에서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에 트럼프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2천200만 달러(약 301억 원)를 지불했다.
두바이의 개발업체 다막은 520만 달러(약 71억 원)를, 베트남 개발업체는 500만 달러(약 68억 원)를 각각 트럼프 브랜드 사용료로 지불했다.
이와 함께 인도의 억만장자 무케시 암바니가 소유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트럼프 브랜드를 사용하겠다면서 1천만 달러(약 137억 원)를 냈다.
브랜드 사용 계약에 대한 세부 정보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개발업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호텔 등을 짓도록 하고 수수료와 판매 수익 일부를 받았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 가문의 기업 활동에 이해 충돌 여지가 적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정부의 승인 절차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외국 정치와 얽히기 쉽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트럼프 브랜드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이 추진되는 시점에 베트남 정부는 고율 관세 인하를 위해 미국에 로비를 벌이고 있었다.
인도에서 석유화학과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미국을 대상으로 관세와 석유 등 다양한 정책과 관련한 로비를 벌이는 업체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오너인 암바니는 트럼프 브랜드 사용 계약을 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야당인 민주당과 정부 윤리 감시단체들은 외국 기업과 트럼프 대통령 측의 거래를 비판하고 있지만, 공화당에선 별다른 지적이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에는 외국과 새로운 부동산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주니어는 최근 카타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자제 조치에도 비판이 계속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업을 억누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정부와의 직접 거래는 피하겠지만, 일부러 트럼프 그룹의 영업을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외국 기업에 대한 수수료 수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위한 좋은 거래를 성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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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