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삼성 등 상위권팀 상대 20년 만에 9연승
‘연승 기간 ERA 1.95’ 막강 마운드 실력 증명
‘지옥의 9연전’ 2G 우천취소…하늘도 도와
하루 쉬고 재정비한 한화, 오늘 ‘꼴찌’ 키움전
26년 전 ‘KS 우승 시즌’ 데자뷔 기대
한화가 구단 역사 속 빛나던 기억을 잇달아 소환하고 있다. 이젠 26년 만의 10연승에 도전한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홈경기에서 10-6으로 승리했다. 지난달 26일 대전 KT전부터 9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24승13패(0.649)를 기록, 같은 날 잠실에서 두산에 패한 LG를 밀어내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한화가 9경기를 내리 이긴 것은 2005년(6월4일 두산전~14일 KIA전) 이후 20년 만이다.
한화는 개막 10경기까지만 해도 3승7패(승률 0.300)로 단독 최하위까지 떨어졌다가 4월13일 대전 키움전부터 23일 부산 롯데전까지 한 차례 8연승을 달려 단번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2연패 뒤 다시 연승을 시작한 한화는 지난 5일 삼성전에서 7연승째를 달성하며 LG와 공동 선두에 올랐다. 3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 한화가 1위에 오른 건 18년 전인 2007년 6월2일이 마지막이었다. 한화는 이에 그치지 않고 2승을 더 보태 단독 1위 자리까지 꿰찼다.
한화는 막강한 투수진을 앞세워 정상까지 날아올랐다. 특히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엄상백, 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웬만하면 6이닝 이상을 책임진다. 9연승을 하는 동안 선발 투수들이 7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했다. 이 중 5번은 퀄리티스타트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 이하)였다.
이들 뒤엔 16경기 연속 무자책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셋업맨’ 한승혁과 세이브 단독 1위(11개) 김서현이 있는 불펜이 버티고 있다. 연승 기간 한화 투수진 평균자책은 1.95였다. 상대적으로 잠잠한 타선도 승리에 필요한 점수는 꼬박꼬박 뽑으면서 힘을 보탰다. 한화는 9연승 동안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KT, LG, KIA, 삼성을 차례로 무찌르며 최근 상승세가 스쳐 가는 바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연승 기간 두 차례 선발승을 따낸 문동주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난 뒤 쉬는 시간도 없이 훈련했다. 개막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 모두 마음을 모아 열심히 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약간의 ‘운’도 따랐다. 한화는 지난달 29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지옥의 9연전에서 우천 취소로 7경기만 치렀고 적절한 휴식과 함께 전부 승리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빡빡한 일정에 걱정했는데 날씨가 도와줘서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하루 휴식일을 가진 한화는 9일부터 키움과 고척에서 3연전을 치른다. 키움과 첫 경기까지 승리하면 한화는 2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마지막 기록을 찾을 수 있는 10연승을 달성한다. 한화는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9년 9월24일 현대전부터 10월5일 삼성전까지 10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1999년은 한화가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시즌이다. 한화가 올해는 정말로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을야구 도전을 넘어 마지막 우승 시즌 기억까지 끌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