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따른 전공의 파업 등 의정 갈등 사태로 예산 3813억320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중앙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2024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1년 동안 의사 집단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3813억3200만원을 집행했다. 의료공백을 예측하지 못했던 복지부는 2024년 본예산에 이를 편성하지 못했지만, 예산 이·전용(약 2000억), 예비비(약 1800억) 등을 활용해 재원을 확보했다.
예산 대부분은 대규모 전공의 파업에 따른 대체 인력 인건비로 활용됐다. 지난해 3월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등 대체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후 이들에 대한 ▶활동 지원비 ▶초과근무수당 ▶여비 등이 국가 예산으로 메꿔졌다.

구체적으로 군의관 3068명, 공중보건의사 2023명에게 인건비 등을 지급하는 ▶‘대체인력 민간병원 파견 근무 수당’ 사업으로 총 268억9100만원이 집행됐다. 또 공공의료기관·종합병원에서 추가 채용한 의료 인력에 대해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인 ▶‘비상진료 의료인력 인건비’로 1134억2200만원을 썼다. 별도로 ▶비상진료 의료인력 당직수당으로 총 1996억5600만원이 지급됐다.
추가 채용된 의사는 1인당 최대 월 1800만원, 간호사는 월 400만원의 급여를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의사의 의료 과오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을 보상해주는 보험(배상책임보험) 가입도 지원하느라 1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사용됐다.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된 각종 소송에 대응하느라 법률 자문료도 6억7600만원 지출했다. 지난해 2월 임현택 당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협박·강요 혐의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고발한 것을 비롯해 1년간 정부가 대응한 소송은 148건(국가소송 126건, 행정소송 21건, 헌법소원 1건)에 달했다.
이외에도 ▶휴일·야간 수당 190억7800만원 ▶상급병원과의 진료협력체계 구축 55억1400만원 ▶진료 지원 간호사 교육·훈련 55억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 48억4600만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지원 26억5900만원 ▶시니어 의사 활용 13억9000만원 ▶병원간 전원 시 이송 처치료 지원 6억6000만원 ▶암환자 진료협력 지원 4000만원 등이 집행됐다.

예산이 투입되는 와중에도 의사 부족으로 인해 환자가 입는 피해 사례는 하루 평균 17건이 발생했다. 실제 지난해 4월 백혈병 남성 환자 A씨는 고강도 항암 치료를 받고 암세포가 5% 미만으로 줄어들었지만, 의사 집단행동이 시작되면서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 시기를 놓쳤고 암이 재발했다. 이러한 수술 지연은 지난해 총 504건에 달했다. 이외에도 ▶입원지연 44건 ▶진료 차질 220건 ▶진료거절 158건 ▶의료이용 불편 1042건 ▶단순질의 3459건 ▶법률지원 358건 등 보건복지부 피해신고지원센터에 들어온 상담이 총 5785건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전공의의 집단 행동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러한 행동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 불필요한 국민 피해와 예산 낭비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