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 12년을 부었는데, 저는 평생 청약 혜택을 받을 수 없단 걸 깨달았어요. 같이 살아도 국가는 우릴 ‘가족’으로 봐주지 않더군요.

서울의 한 투룸 빌라에서 동성의 애인과 3년째 함께 거주 중인 A씨(36)의 말이다. A씨는 결혼 예정인 애인과 함께 살 집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살 경우 전매 제한이 걸려 분양금 분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미 결혼한 주변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결혼으로 받는 최대 혜택은 신혼부부 특공(특별공급)’이란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나라에서 배제된 존재라는 기분이 들었다”며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보금자리를 찾아 우리 가족만의 공간을 꾸리고 싶지만, 평생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면 속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시행 중인 ‘202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성별이 같더라도 ‘배우자’와 ‘비혼 동거’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동성 부부ㆍ비혼 동거 가구에 대한 국가 통계가 처음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1925년 첫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한 지 100년 만이다. 앞서 무지개 행동과 모두의 결혼 등 시민단체는 2018년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서 국가 통계의 동성 부부 관계 입력을 촉구한 바 있다.

그동안 부재했던 통계가 드러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구를 위한 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A씨는 “나처럼 동성 배우자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은데 그동안 통계에서 늘 지워진 존재였다”며 “이번 조사로 가족의 범위가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적 혼인이나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가구 수는 매년 증가해왔지만,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부족해 그동안 인구 정책 통계에서 배제돼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친족 가구 수는 2015년 21만4421가구에서 2023년 54만5008가구로 8년 새 2.5배 증가했다. 비친족 가구란 법적 혼인이나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관계로 구성된 5인 이하 가구를 말한다.

특히 현행 주거 정책의 경우에는 혼인·혈연 관계만을 중심으로 설계돼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4조와 제41조는 공급 기준을 ‘1세대 1주택’으로 정하고, ‘세대’의 기본 단위를 법적 혼인으로 이루어진 부부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또한 입주자를 법적 가족 혹은 1인 가구로 제한하고, 법적 가족이 아닌 관계와 함께 입주하지 못하도록 한다.
전문가들은 비친족 가구 수 증가세에 맞게 이들에 대한 주거 정책 또한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국토연구원 주거복지연구센터는 지난 3월 보고서를 발간하고, 변화한 가족개념에 따라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을 ‘가족 단위’에서 ‘거주 단위’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연구진은 “법적 가족이 아닌 관계와 함께 사는 비친족 가구를 포용하고, 획일적인 생애주기가 아닌 다양한 생애 경로를 반영한 주거 정책을 통해 사각지대를 축소해야 한다”고 짚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는 같이 산다는 것과 법적 가족이란 사실이 동일시됐지만, 이제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가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책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의 결혼 이호림 대표는 “굉장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동성 부부가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 해소를 위한 동성결혼 법제화가 필요하겠지만, 이와 함께 다양한 이들이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정책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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