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 CMO 마누 오르소 인터뷰: 밈과 학습 사이

2025-05-09

듀오링고는 단순한 학습 앱이 아니다. 부엉이 캐릭터 ‘듀오’는 이제 브랜드의 상징을 넘어 밈의 아이콘으로, 그리고 사용자와의 감정적 연결고리로 자리 잡았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스포티파이, 플레이스테이션을 거쳐 듀오링고 CMO로 합류한 마누 오르소가 있다.

마누는 좋은 콘텐츠란 고삐가 풀린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의를 할 때도 ‘와, 이거 미쳤다’라고 감탄이 나올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아이디어만이 진짜 바이럴을 만든다고 믿는다. 그렇게 그가 이끄는 듀오링고는 ‘재미’라는 언어로 학습을 유도하고, 유쾌한 브랜드 보이스로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며 독보적인 학습 앱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마누 오르소와 함께 듀오링고가 어떻게 소셜미디어와 밈을 활용해 학습이라는 본질과 조화를 이루는지,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한국 브랜드들이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마누와 함께 나눈 인터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엉이 캐릭터 듀오는 원래 듀오링고의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에서 시작된 캐릭터다. 어떻게 지금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됐나?

듀오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브랜드 전체 경험의 일부다. 부엉이라는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사용자들이 앱에 계속 접속하고, 레슨을 이어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는 마케팅 캠페인과 앱 내 경험을 잇는 핵심 고리로 자리매김했다.

최신 밈을 빠르게 포착하는 듀오링고, 비법이 무엇인가?

우리 팀 전원이 매일 소셜미디어, 특히 틱톡 피드를 팔로업하고 있다. 각자 알고리즘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트렌드를 보고, 팀 단위로 아이디어를 모은다. 내부적으로도 팬덤 분석 툴을 통해 사용자들이 열광하는 콘텐츠와 문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밈이나 트렌드를 전담하는 팀이 있을 법한 속도다.

특별한 전담팀은 없지만, 전 팀원이 이를 일상 업무로 받아들인다. 크리에이티브 콘텐츠에 대해 모두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가장 자연스럽게 우리 브랜드에 녹일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 그래서 케이팝이나 ‘극단적 아침 루틴’ 같은 밈도 빠르게 커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밈 마케팅과 듀오링고의 교육이라는 본질은 정반대의 속성을 가지지 않나. 이 둘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나?

우리는 교육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를 도입했다. 학습의 가장 큰 허들은 지속성인데, 유쾌하고 위트 있는 방식이라면 사용자가 매일 앱에 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 ‘듀오가 기다리고 있어요’, ‘듀오가 아파요’ 같은 메시지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서 정서적 자극을 주는 전략이다.

그런 감성적 메시지 전략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수많은 메시지 실험을 거쳤다. 푸시 알림의 문구나 시간대를 다르게 설정하면서 사용자 반응을 분석했다. 어떤 메시지는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어떤 건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데이터 기반으로 지금의 브랜드 보이스가 만들어졌다.

<오징어 게임>, 크록스, 찰리 XCX 등과도 협업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 이후 한국어 학습자가 급증한 걸 보고, 시즌 2를 앞두고 넷플릭스와 협업했다. 크록스는 브랜드 굿즈에 대한 수요에서 시작돼 뉴욕 팝업과 함께 진행한 한정판 프로젝트였다. 찰리 XCX의 경우, 팬들이 먼저 반응해주었고, 자연스럽게 콘텐츠로 이어졌다. 색깔이 같은 것도 한몫했지(웃음).

스포티파이에서의 경험이 듀오링고의 브랜딩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스포티파이와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배운 건 콘텐츠로 브랜드를 만드는 법이었다. 두 브랜드는 매번 신제품이 나오는 반면, 듀오링고는 새로운 게 계속 출시되는 구조가 아니니까 콘텐츠를 창출하는 구조로 바꿔야 했다. 그래서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그 안에 서사를 담기 시작했다.

소셜 마케팅만으로 광고비의 15%를 아끼고 있다. 실질적인 브랜딩 효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단순히 눈에 띄는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결국 바이럴이 된다고 믿는다. 퀄리티와 유머, 밈의 조합이 핵심이다.

‘좋은 콘텐츠’의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하고, 오락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밈이나 팬덤과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요즘처럼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엔 “와, 이거 미쳤다” 싶은 강한 임팩트가 필요하다.

그런 아이디어는 팀에서 어떻게 걸러지는 편인가?

대부분 ‘Unhinged’, 고삐가 풀렸다는 말을 기준으로 한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회의에서 ‘Unhinged’라는 말이 나오면 대개 채택된다. 그리고 실제로도 잘 된다(웃음).

듀오링고의 글로벌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브랜드들이 배울 수 있는 점은?

마스터플랜보다 중요한 건 커뮤니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전략은 없었다.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이 생겼다. 때로는 하지 말라는 것도 해보는 용기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한국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듀오링고로 재밌게 공부해보자. 우린 깐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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