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해지 전년비 11만좌 ↑
76만좌 이탈… 가입 수보다 많아
20대도 해지 건수 31만좌 늘어
서울·수도권 분양가 ‘고공행진’
“당첨돼도 중도금·잔금 못구해”
비혼·무자녀 가점 없어 무용론
“청년 주거 안정 대책 마련해야”
지난해 30대의 청약통장 해지 건수가 전년 대비 10만좌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 아파트의 고분양가 추세와 청약 경쟁률 심화 등이 해지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청약통장(청약저축·주택청약종합저축·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 연령별 가입자 수 현황에 따르면 30대의 청약통장 해지 건수는 2023년 65만좌에서 지난해 76만좌로 1년 새 11만좌 늘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해지 건수는 34만좌다.

30대의 청약통장 가입 건수도 2023년 46만좌에서 지난해 63만좌로 늘었으나, 해지 건수보다는 적다. 올해 역시 7월까지 가입은 28만좌로 해지 건수보다 6만좌 적은 수준이다.
국토부는 연령별 청약통장 가입·해지 실적을 2022년 9월부터 집계하고 있다. 2022년 9∼12월 기준으로도 30대는 해지 건수(25만좌)가 가입(15만좌)보다 많아 관련 집계 이래 꾸준히 해지가 가입을 웃돌았다.
20대의 경우에도 청약통장 해지 건수는 2023년 51만좌에서 지난해 82만좌로 31만좌 늘어났다. 다만 가입 건수는 2023년(49만좌)에 해지 건수를 밑돌았으나, 지난해에는 90만좌를 기록하며 해지 건수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19∼34세를 대상으로 출시된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의 가입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올 1∼7월에도 가입 건수(37만좌)가 해지(32만좌)보다 많았다.
최근 청약통장 해지 건수 증가에는 고공행진하는 분양가와 인기 아파트 청약 경쟁률 심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약통장을 해지했다는 김모(32)씨는 “청약에 당첨돼도 중도금이나 잔금을 당장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해지했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격(공급면적 기준)은 올 7월 말 기준 592만7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1% 올랐다. 서울의 경우 ㎡당 평균 분양가는 1374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3% 상승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해지 증가 원인과 관련해 “신혼부부나 출산자에게 특별공급의 상당 비중을 할애하고 있지만, 만혼 영향 등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20대나 30대 초반 1인 가구의 경우는 서울 등 인기 아파트 당첨이 쉽지는 않다”며 “서울 평균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대를 넘어서면서 가격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종군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청약통장 해지를 막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비혼, 무자녀 등으로 가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청년층을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정부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주택청약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청약통장(청약예금·부금 제외) 가입자 수도 2021년 말 기준 2718만좌에서 2022년 2676만좌, 2023년 2597만좌, 지난해 2550만좌 등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이행 중인 제도 개선의 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함과 동시에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한 방안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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