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마지막에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이가 300만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존엄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밝힌 사람 3명 중 2명은 여성이었다.
10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이날 기준 300만3237명이다. 이 의향서는 자신의 임종에 대비해 연명의료·호스피스에 대한 의사를 미리 작성해두는 문서를 말한다. 19세 이상 성인이 전국의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을 찾아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서명하면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손길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해당 등록 인원은 지난달 말 298만9812명이었는데, 이달 들어 300만명 선을 돌파했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된 지 7년 반 만이다. 제도 도입 첫해엔 8만6000여명에 그쳤다. 하지만 증가세가 점점 빨라지면서 2021년 8월 100만명, 2023년 10월 200만명을 각각 넘어섰다.
지난달 말 기준 의향서 등록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이 199만818명에 달한다. 남성(99만8994명)의 두 배 수준이다. 전체 등록자 수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70대가 117만5296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60대, 80대가 뒤를 이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여성은 전체 인구 4명 중 1명(24.9%)가량이 연명의료 중단 의향을 밝혔다.

의향서 등을 통해 연명의료 중단이 이뤄진 환자는 누적 44만3960명(10일 기준)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임종기' 환자에 대해서만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등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존엄한 죽음을 바라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1021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9%는 말기나 임종기 환자가 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허용되지 않는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의 합법화에도 82%가 동의했다.
실제로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현재의 임종기에서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로까지 확대하자는 사회적 논의는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에서 연명의료 중단 이행을 말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최근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을 통해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의 이행은 임종기에 국한돼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최선의 이익 보장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어 이행 범위 확대 검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