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만남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대화의 물꼬를 튼 소재는 다름 아닌 ‘골프’였다.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골프는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소재로 작용했다.
화두를 먼저 꺼낸 쪽은 이 대통령이었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김정은(북한 노동당 총비서)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지으셔서, 제가 그곳에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농담 섞인 제안을 건넸다.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겨냥해 자신을 ‘피스 메이커’로 부각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좋다(That‘s Good). 우리는 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은 뒤 이 대통령의 손을 맞잡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특별 제작한 수제 퍼터까지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체형에 맞춰 한국에서 제작된 이 퍼터에는 ‘45, 47대 대통령’이라는 차수와 함께 이름이 각인됐다. ‘골프광’으로 잘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정조준한 선물이었다.
두 정상의 대화에 골프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골프 실력을 언급하며 ‘동맹을 위한 라운딩’을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 골프를 자주 활용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말 EU(유럽연합)와의 관세 협상을 위해 스코틀랜드를 찾았을 때도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만남도 골프장에서 가졌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자국의 대표 프로 골퍼 어니 엘스와 레티프 구센을 대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살해’ 의혹을 언급하면서 곤욕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