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371명, 베팅 계좌 보유”…터키 축구 뒤흔든 ‘도박 게이트’

2025-10-27

터키 축구계가 전례 없는 ‘심판 도박 스캔들’로 충격에 빠졌다. 터키축구협회(TFF)는 27일 “프로 축구 경기 심판과 부심을 포함한 경기 담당자 수백명이 불법 베팅 계좌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공식 징계 절차 착수를 발표했다.

TFF가 공개한 5년에 걸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현직·전직 심판 571명 중 371명이 베팅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중 152명은 실제 베팅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단 한 차례 베팅에 그쳤지만, 42명은 1000경기 이상에 베팅했고, 한 명은 무려 1만8227차례 베팅 기록이 발견됐다. 이브라힘 에텀 하지오스마놀루 TFF 회장은 이스탄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명단에는 슈퍼리그(1부)와 2부리그 소속 주심 7명, 부심 15명, 하위리그 분류 심판 36명, 보조심판 94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터키 축구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서는 내부 오물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며 “관련자는 모두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베팅이 이루어진 경기 대부분은 외국 리그 경기였다는 점이다.

현행 TFF 규정상, 선수·코치·구단 관계자뿐 아니라 심판 역시 모든 베팅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규정 위반 시 최대 1년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FIFA 윤리규정 제27조에 따르면 심판이 베팅을 한 경우 최대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3000만원) 벌금 및 3년간 모든 축구 활동 금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터키 주요 구단들도 즉각 반응했다. 베식타시는 “이번 사태는 터키 축구가 ‘클린 풋볼’로 새 출발할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고, 트라브존스포르는 “터키 축구 정의를 다시 세울 역사적 기회”라고 논평했다. 페네르바체의 사데틴 사란 회장은 “충격적이자 비통한 사건이지만, 진실이 드러난 것은 오히려 희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BBC 터키판 부락 아바타이 기자는 “이번 사건은 터키 축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수십 년간 심판 판정 논란이 이어져 온 터키 축구에서 이번엔 단순한 ‘판정 시비’를 넘어선 구조적 위기”라고 평가했다.

공개된 명단에는 슈퍼리그 주심 자격을 가진 ‘엘리트 심판’ 7명이 포함돼 있으며, 검찰도 올 4월부터 이들의 베팅 의혹에 대한 형사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터키 언론과 축구 평론가들은 “심판이 스스로의 경기나 동료 심판의 경기 결과에 베팅했을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리그 일정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심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부상했다.

이번 스캔들은 오랫동안 판정 논란과 폭력 사건으로 얼룩져 온 터키 축구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현재도 슈퍼리그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이날 밤에도 두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BBC는 “이번 사태로 터키 심판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신뢰받을 수 없게 됐다”며 “이 사건은 터키 축구계 전체가 부패를 직시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재정립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시험대”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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