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한한 美 해군총장… 제3잠수함전대 사령관 경력
"핵추진 잠수함, 전략적 가치·한미 협력의 상징"
"3국 해군 협력, 가장 공고… 연합훈련 서해도 배제 못해"
"한국 조선기술 세계 최고… 비전투함부터 협력하면 좋은 출발"
[국방부 공동취재단(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대릴 커들(Daryl L. Caudle) 미 해군참모총장은 1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외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양국 모두에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핵잠 보유는 단순한 전력 증강을 넘어 한국 해군이 지역 중심에서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들 총장은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수개월 간 은밀하게 작전할 수 있다"며 "한국이 이 도전적인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 해군은 동반자이자 조언자로서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핵잠을 확보하면 한국 해군은 전 세계 어디서든 전개 가능한 역량을 갖추게 된다"며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만큼, 한국도 세계적 역할을 감당할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릴 커들 미 해군 총장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화학공학과를 졸업, 잠수함 장교로 임관한 뒤 해군대학원 물리학 석사·공학경영 석사·조직리더십 박사 등 미군 내에서도 드문 학력·전문자격(PE)까지 갖춘 '전략통'으로 꼽힌다. 조지워싱턴카버함(SSBN656) 등 핵잠수함에 승조했고, 제11잠수함전대 부사령관과 제3잠수함전대 사령관을 역임한 '잠수함 전문가'다. 미 함대사령부·전략사령부·합참 J-5까지 지휘와 정책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8월 제34대 미 해군참모총장에 취임한 뒤, 한미 연합작전·최첨단 함정·조선·MRO 협력 확대와 해군 장병 복지 개선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전 참전 가족사(父)도 갖고 있으며, 국방부·해군 최고공로훈장 등 미군 최고 훈장을 수차례 수상한 '실전·전략·교육' 3박자 리더로 평가받는다.
커들 총장은 "미국은 현재 조선 능력의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회복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한국의 조선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미 해군 함정 건조나 지원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전투함 건조는 존스법 등 미 의회의 법적 제약이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한국과 협력해 공급함, 유조선, 지원함 등 비전투함부터 협력하면 좋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들 총장은 15~16일 한국의 주요 조선소를 방문해 생산 시스템과 자동화, 인력 운용 등을 점검했다.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과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14일 서울에서 만나 함정 건조, 유지·보수(MRO) 협력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이번 방한은 4일간 진행되며, 커들 총장은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 방문을 통해 한국의 생산 역량과 기술 수준을 직접 점검했다.
방한에 맞춰 동해에서는 한미 해군이 핵추진 항공모함, 이지스 구축함 등 10여 척 이상을 투입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북핵·미사일 위협 억제와 더불어 중국의 해양세력 확장 견제 목적도 겸했다. "훈련을 통해 연합 해군의 전장 연동성과 억제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들 총장은 방한 중 강동길 총장과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 해군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자유, 개방 질서 수호를 위해 항상 함께 한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전략적 지원과 협력 의지를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커들 총장은 미 7함대 사령관, 주한미군 사령관, 합참의장 등과 연쇄 회동을 갖고 "한·미 연합방위체계와 해상작전 협력의 현장 구조를 면밀히 점검했다"고 밝혔다. 해군력 배분과 실질 협력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해양활동 확대에 대해서는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조금씩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남중국해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도 중국의 회색지대 활동이 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의 원칙 아래 해상 존재감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행동에는 분명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며 "한·미가 공통된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커들 총장은 북한 해군력에 대해 "미국에는 직접적 위협이 아니지만 한국에는 분명한 지역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일부 파트너, 특히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확보는 북한의 장기 목표지만, 신뢰성 있는 수준까지는 아직 거리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자폭 드론'과 같은 신형 체계에 대해서도 "치명적 탄두를 투발할 수 있는 모든 무기체계는 잠재적 위협"이라며 "무인화 흐름에 맞춰 방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왜 핵잠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커들 총장은 "핵추진 잠수함은 장시간 완전 잠항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며, 재래식 체계보다 억제력과 방위·투사 능력이 월등하다"고 말했다. 다만 "핵잠 보유에는 방대한 산업 기반과 전문 승조원 양성, 해상 원자로 정비 능력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50년 넘게 이런 경험을 쌓아왔다. 한국도 시간을 두고 신중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해 "국제수역에서 미군은 작전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다만 구체적 작전 계획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이 핵잠 운용을 역내로 한정할 경우 미군 지원이 제약받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주권국가로서 한국이 자국의 국익에 따라 함정을 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그런 한국의 선택을 존중하며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해군 협력에 관해서는 "2000년대 초보다 훨씬 공고해졌다"며 "세 나라 모두가 공동의 안보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때로 한·일 간 민감한 사안이 있어도, 군은 실무 차원의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대만 해협 충돌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강대국 간 무력충돌은 '전력 총동원(all hands on deck)'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그때 한국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커들 총장은 방한 목적을 "한반도에 주둔한 장병들과의 소통, 한국군 수뇌부와의 전략대화, 그리고 조선소 방문"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장병의 근무환경과 삶의 질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고, 한국군 지도자들과 관계를 강화하고자 했다"며 "한국 조선소의 높은 기술력을 배우고, 그 경험을 미국 조선 체계 개선에 적용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