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원전 폐쇄 ‘D 데이’를 맞는 대만에서 탈(脫) 원전 정책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만 야권은 정부의 원전 폐쇄 강행으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며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재가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집권 민주진보당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마지막 원전인 남부 핑둥현 제 3원전(마안산 원전) 2호기를 예정대로 17일 폐쇄하기로 했다. 1호기는 지난해 7월 이미 가동을 멈췄다. 대만은 2016년 ‘원전 제로’를 공약으로 내건 차이잉원 전 총통 당선으로 민진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권 유지에 성공한 라이칭더 현 총통에 이르기까지 총 6기의 가동 원전을 차례로 멈춰 왔다.
그러나 민진당 정권 내내 원전 제로 정책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에는 원전 없이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폭발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며 탈원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 에너지청도 2030년께 연간 전력 수요가 334.3 TWh에 달해 올해보다 16.5%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을 대표하는 기업인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가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만 대만 전체 전력 소비량의 9%를 차지할 정도다.
원전 폐쇄로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면 안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NEF는 원전을 배제하면 2030년까지 대만이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는 데 해마다 약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든다고 전망했다. 전력 공기업인 타이파워는 연료 비용 상승과 재생에너지 투자로 연간 누적 손실이 140억 달러(약 19조 4600억 원·2024년 말 기준)으로 불어났다. 블룸버그는 "LNG 비율을 높일 경우 중국이 (LNG) 수입로를 차단했을 때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대만 입법원(의회)에서 이달 13일 원전 운영 기한을 20년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도 이 같은 위기 의식에 따른 것이다. 입법원 전체 의석 113석 가운데 51석을 가진 민진당은 소속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으나, 원내 제1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52석)과 캐스팅보트를 쥔 대만민중당(민중당·8석)의 찬성표 60표를 막지 못했다. 국민당 측은 8월 국민투표를 부쳐 가동이 중단된 원전을 되살리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8년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원전 중단에 반대표가 더 많았음에도 민진당은 탈원전을 밀어 부쳤고, 2021년 차이 전 총통 재신임 성격으로 또 다시 열린 국민투표에서는 다수표가 원전 중단에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