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 혹시 편의점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내부를 걷던 독일인 마르셀(28) 씨는 더운 날씨에 음료수를 사고 싶어했지만 지도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길을 멈춰야 했다. 담장 너머 불과 500m 거리를 사이에 둔 편의점을 혼자 힘으로 찾지 못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한국 기업의 지도 앱을 사용해야 여행이 원활하다는 점을 그도 알았지만 언어 입력에서부터 장벽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와 동행한 마티아스(26) 씨는 “키워드 오입력을 구글만큼 원활하게 보정하지 못하는 데다 광고 요소가 많아 엉뚱한 가게를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장소를 한국산 앱에 저장해두려면 로그인을 요구하는 점도 불편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마주한 한국 관광 시스템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이제는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결제 환경도 이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요소다. 미국인 블레이크(32) 씨는 “어디서든 현금을 받지 않는 곳이 많아 막막했다”면서 “매번 티머니를 충전하는 작업은 번거롭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한국에서 원활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통요금뿐만 아니라 장거리 여행에 필수인 기차역 로커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통화가 가능한 심카드가 없으면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도 난관에 부딪힌다. 각종 앱 사용 시 주민등록번호나 한국 휴대전화·신용카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부 지역이나 업종에서는 관광객을 겨냥한 ‘바가지요금’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마르셀 씨는 “아침 6시에 우버가 작동하지 않아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았지만 기사가 우장산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가는 거리에 5만 원을 달라고 했다”면서 “결국 가격을 2만 5000원으로 협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체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여행객 수가 회복되면서 이들이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고도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 불편 신고 접수는 1543건으로 집계돼 2023년 902건 대비 71.0%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165건보다도 32.5% 많은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쇼핑이 398건으로 25.8%를 차지했다. 이어서 택시(20.0%) 숙박(16.7%) 순으로 불편 신고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