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호기심을 되살리고 영감을 주는 여정” 웨스 앤더슨 감독과 다시 만난 몽블랑 [더 하이엔드]

2025-09-04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감각적 스타일을 구축한 웨스 앤더슨 감독이 몽블랑과 다시 만났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캠페인 ‘Let’s Write.(함께 글을 써봅시다)’ 제작을 맡은 그는 기차 칸에 몸을 싣고 떠나는 여행을 그려낸다. 목적지가 어디든 펜과 종이만 있다면 글쓰기의 여정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창의적인 시선과 위트가 가득한 몽블랑의 세계

지난해 몽블랑은 앤더슨 감독과 마이스터스튁 출시 100주년을 기념하는 캠페인 필름을 제작해 큰 호평을 받았다. 올해 발표한 에피소드 역시 유쾌하고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웨스 앤더슨식 영상미, 지적인 위트로 가득하다. 영상은 글쓰기가 선사하는 창작의 즐거움과 몽블랑 간의 깊은 연관성을 다룬다. 가상 공간인 ‘눈 내리는 고산 도서관과 집필실이 있는 몽블랑 산 관측소’는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눈 덮인 설산과 산악인의 모험심, 따스한 작업실과 도서관은 몽블랑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영상 속에서 앤더슨을 비롯해 배우 루퍼트 프렌드, 마이클 세라는 괴짜 산악인 역할을 맡아 글쓰기 문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번 에피소드의 테마는 ‘여행’이다. 이에 맞게 새로운 기차 무대 세트가 추가됐다. 장면이 바뀌자 등장인물들은 ‘파노라마 몽블랑 여행(Montblanc Voyage of Panorama)’으로 이름 붙은 클래식 기차 칸에 탑승해 여행을 시작한다. 아래 칸에 위치한 조종실에서 기관사가 자전거 바퀴를 굴리자, 객실 창문의 커튼이 열리고 베네치아 운하, 이집트 피라미드 등 상상 속 풍경이 펼쳐진다. 일종의 가상 여행이지만 앤더슨은 이를 ‘문학적이고 은유적이며 시적인 여행의 개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보고 느낀 감각을 나 자신과 연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인물들은 기차 안에서 엽서 몇장을 꺼내 들고, 이 말을 외치며 각자 글쓰기를 시작한다. “Let’s Write.(함께 글을 써봅시다.)”

펜과 종이로 무언가를 쓰는 행위 그 자체가 가장 기본적인 창작 활동이다. 몽블랑 CEO 조르지오 사르네는 이번 캠페인의 취지를 “글쓰기의 호기심을 되살리고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웨스 앤더슨이라는 완벽한 스토리텔러를 통해 풍부한 헤리티지와 DNA를 갖춘 몽블랑의 메종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글쓰기로 시작된 상상력의 세계는 몽블랑의 헤리티지를 훨씬 다채롭고 환상적으로 재해석해냈다.

100년의 유산, 마이스터스튁

몽블랑처럼 글쓰기에 진심인 브랜드가 있을까. 1906년 필기 문화에 새로운 장을 연 몽블랑은 럭셔리 필기구부터 시계, 가죽 제품, 테크와 액세서리까지 장인정신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마이스터스튁 필기구는 그런 몽블랑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다. 몽블랑이 ‘심플로 퓔페더게젤샤프트’라는 첫 번째 사명을 쓰던 시절인 1924년, 고객들은 중요한 날이나 특별한 경험을 위한 소위 ‘일요일용’ 만년필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몽블랑에 재직하던 장인들은 예술 작품의 경지인 ‘사보아 페어’를 연마하며 유일무이한 필기구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한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 그리고 이 만년필을 ‘걸작(masterpiece)’이라는 의미의 독일어 마이스터스튁(Meisterstück)이라 부르게 되었다.

초창기 모델을 보면 이미 이때부터 펜 몸통에 ‘481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각인된 걸 알 수 있다. 이는 몽블랑 산의 높이인 4810m를 의미하며 1930년 이후부터는 닙(펜촉)에도 등장한다. 그러다 1935년, 사명은 ‘몽블랑 심플로 GmbH’로 바뀌고 제품 디자인 역시 혁신적인 방향으로 변하게 됐다. 1940년대 말부터 1950년대에는 클래식의 가치가 커지면서 마이스터스튁의 외형이 부드러운 유선형으로 달라지기도 했다. 상징적인 모델인 ‘149’와 ‘두에’가 이때 탄생했다. 이후 대량생산 시대가 도래하면서 몽블랑 역시 효율적인 기술과 생산 방식을 추구하며 시대의 흐름을 탔다.

이후 1973년, 몽블랑은 럭셔리를 향한 브랜드 정체성을 되새기며 선구자적 결정을 하게 된다. 시가를 닮은 50년대 유선형 마이스터스튁이 부활하고, 만년필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클래식 모델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1980년대에는 고급 귀금속이나 특수 소재를 적용한 최고급 라인 모델 ‘솔리테어’가 첫선을 보였다. 100년의 시간을 거치며 마이스터스튁의 모습은 조금씩 변화했지만 탁월한 장인정신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고유의 시가형 디자인과 3개의 골드링, 수공 제작한 금 펜촉, 펜 뚜껑 위의 몽블랑 엠블럼은 디자인의 정수로 남았다.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 만년필은 서명자의 손에서 존재감을 빛냈고, 영국 왕실의 엘리자베스 2세·찰스 3세부터 존 F. 케네디·버락 오바마·워런 버핏·달라이 라마 등 유명 인사들이 애용하며 한 세기 동안 사랑받는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필기 문화를 잇는 레더 컬렉션

몽블랑에게 마이스터스튁은 장인정신 철학 자체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특히 디자인 DNA를 그대로 이어받은 가죽 제품 라인 ‘마이스터스튁 컬렉션’이 상징적이다.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에는 필기 문화와 여행을 접목했다. ‘라이팅 트래블러’는 작가의 집필실을 그대로 옮긴 듯 정교하게 디자인된 수납공간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16세기 진귀한 물건들을 보관했던 이동식 ‘호기심 캐비닛’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가방 앞면을 열면 만년필과 노트, 시계와 지갑 등 작은 소지품 칸이 펼쳐진다.

라이팅 트래블러는 핸드백과 서류가방 두 가지 형태로, 서류가방 버전은 전용 시계 슬롯을 갖췄다. 편지 봉투 모양을 연상시키는 작은 ‘클러치’와 서류 수납이 가능한 ‘클러치 도큐먼트 홀더’ 역시 필기 문화의 헤리티지를 반영한다. 손잡이를 따라 바늘과 실을 교차시켜 꿰매는 새들 스티칭이 특징인데, 이는 점선을 긋는 펜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 몽블랑의 아티스틱 디렉터 마르코 토마세타는 글쓰기 문화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기능, 가벼운 소재, 몽블랑 산 기슭 풍경의 색조를 결합해 이번 시즌 컬렉션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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