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손님에게만 별도의 ‘수건 요금’을 부과해온 일부 목욕장 업소들의 관행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행정지도를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A 목욕장은 남성에게는 입장료 9000원에 수건 2장을 제공하면서도, 여성에게는 같은 요금을 받으면서 수건 대여비 1000원을 별도로 부과해왔다. 이에 대해 한 이용객이 “합리적 이유 없이 여성에게만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목욕장 측은 “여탕에서 수건 회수율이 현저히 낮아 재주문 비용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여성 고객에게 수건 한 장당 500원의 비용을 책정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목욕장은 이 목욕장이 있는 지역에 여러 곳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목욕장을 관리·감독하는 B씨 측은 “공중위생관리법에는 가격 결정과 관련한 규정이 없어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를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결론 내렸다. 인권위는 “수건 분실이나 오염은 개별 이용자의 행위에 따른 것”이라며 “통계적 근거나 실증적 자료 없이 특정 성별 전체에 불리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성 고정관념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공권력에 의한 차별뿐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방지하고 시정할 책무가 있다”며 “지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성차별적 요금 부과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여탕의 수건 요금 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에도 경기 포천시의 한 대중목욕탕에서 같은 요금을 내고도 여성 손님이 수건을 지급받지 못하자,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에 시정 신청이 제기됐다. 당시 목욕장 주인도 “여성들이 수건을 너무 많이 가져가 비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여성특별위원회가 실제 조사를 벌였다. 남탕과 여탕에 각각 4100개의 수건을 비치하고 2주간 사용 후 분실 수량을 비교한 결과, 남탕에선 8개가 분실된 반면 여탕에선 6배 이상인 51개가 분실됐다.
여성특별위원회가 분실률 차이를 인정했지만 여성에게만 수건을 유료로 제공하는 것은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여성특별위원회는 “남탕에서도 수건이 분실된다는 점에서 회수율의 막연한 많고 적음을 근거로 이용 편의에 차이를 두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소수의 여성 이용자가 수건을 반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 이용자 전체를 예비 절도자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