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봄이 한창인 5월은 가정의 달인 데다 각종 이벤트가 많아 안방극장이 시청자를 붙들어 놓기 쉽지 않은 시기다. 하지만 올해 5월은 유독 더하다. 특히 지상파들의 성적이 그러한데 지상파에서 젊은 층을 공략하며 선보인 청춘물들이 줄줄이 고배를 들이키고 있다.
5월12일 현재 지상파 3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청춘물 스타일의 시간대는 총 세 개다. KBS2에서 수목극으로 방송 중인 ‘24시 헬스클럽’, MBC 금토극으로 방송 중인 ‘바니와 오빠들’. 그리고 SBS 수요극으로 공개되고 있는 ‘사계의 봄’이다.

보통 금토극이나 토일극으로 대표되는 주말극의 강세로 주중 미니시리즈는 거의 유명무실해진 지상파였지만, 계속 청춘물을 편성하며 그 부활의 기운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공개된 세 작품이 하나 같이 시청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청춘물 가뭄’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선보인 작품이 지난달 11일 첫 방송 된 MBC ‘바니와 오빠들’이다. 니은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는 흑역사로 남은 첫 연애 이후 갑자기 다가온 매력적인 남자들 사이에 둘러싸인 주인공 바니(노정의)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시청률 기록은 참혹하다.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기준(이하 동일기준) 집계로 1.3%로 시작된 드라마는 지난달 18일 1.5%로 그나마 고점을 찍고 나서는 계속 시청률이 떨어지는 중이다. 26일 처음으로 1% 벽을 깨고 내려갔고, 지난 3일 8회에는 0.7%까지 내려갔다. 보통 과거 3%를 ‘애국가 시청률’이라며 비하하던 때가 있었는데 1%가 안 되는 기록을 내는 셈이다.
지난 6일 시작된 SBS 수요극 ‘사계의 봄’도 비슷하다. K팝 톱스타의 대학교 밴드 적응기와 작곡가인 여주인공과의 로맨스를 그린 청춘물인 ‘사계의 봄’은 지난 6일과 7일 일단 2회를 연속으로 방송했다.

이 작품 역시 1%대 밑으로 내려갔다. 첫 회 1.4%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수치는 그다음 날 0.7%로 반 토막이 났다. 보통 1회에 많은 드라마들이 볼거리나 재미요소를 대거 집어넣고, 2회를 통해 상승을 노리는 패턴을 봤을 때 1회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결과가 됐다. 이 드라마는 주 1회 편성으로 팬들의 유입 여지를 좁혀놓아 향후 반등 가능성이 더욱 높지 않다.
KBS2 수목극 ‘24시 헬스클럽’은 그나마 사정이 약간 낫다. 1.8%로 지난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24시 헬스클럽’은 2회까지 1.8%를 기록하다 3회와 4회 1.5%, 1.7%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1%대 밑의 시간대는 아니다. 게다가 KBS의 경우에는 전작 ‘킥킥킥킥’과 ‘빌런의 나라’ 등으로 시청률 황무지가 된 시간이었기에 ‘24시 헬스클럽’의 성적인 비교적 선방으로 보일 정도다.

이들 세 작품의 성적은 케이블채널에서 유료가구 기준으로 방송되면서 지난 10일 6%의 시청률을 넘긴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성적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지난달 12일 3.7%의 시청률로 시작해 점점 우상향 페이스를 보이다 6%의 벽을 넘어섰다.
지상파 세 개 드라마의 공통점은 일단 젊은 배우들과 청춘의 로맨스 등을 앞세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미 이들의 타깃이 될만한 2040, 젊은 층의 시청자들은 TV 플랫폼을 벗어나 OTT는 웹 콘텐츠들에 안착한 상태다.

게다가 나들이가 많은 봄 날씨 등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고라도, 빼어난 미모의 여주인공이 연애 흑역사의 주인공이 되고(바니와 오빠들), 연기에 데뷔하는 남자 주인공의 어색한 연기와 조연들의 과도한 리액션 등이 거리감을 주는(사계의 봄) 작품 내적인 요인도 있다. ‘24시 헬스클럽’의 경우도 주인공 캐릭터는 독특하지만, 긴장감을 줄 만한 라이벌의 등장이 없어 극의 밀도를 높이지 못했다는 분석도 따랐다.
과연 올해 봄은 ‘청춘물’과는 상극이 될 것인가. 지상파 청춘물의 봄 나기가 힘겹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