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경향]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가 낳은 스타 정치인이다. 20·21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2017년 국회 정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제기해 금융당국의 과세 결정을 끌어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조작 문제를 짚기도 했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게 된 이유다. 2018년 교육위원회로 넘어와선 여야 모두 꺼리던 비리유치원 명단을 공개, ‘유치원 3법’을 끌어내기도 했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대표주자로 거론되던 인사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의 국민화합위원장이 그가 마지막으로 맡은 직책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행보는 정중동이다. 인터뷰 요청을 하자 돌아온 말은 “입만 살아 있는 별 의미 없는 정치인에게 무슨 말씀이 듣고 싶은 거냐”였다. 하지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최근 SNS에 ‘삼성 오너일가를 비판하면서도 삼성전자라는 기업을 응원하겠다’며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고 밝혔는데, 첫 주식투자였나.
“첫 투자 맞다. 살 줄은 아는데 팔 줄은 몰라 아직 갖고 있다. 국회의원을 할 때는 개별 회사 주식투자는 못 하게 돼 있다. 국회의원직 끝나고 삼성전자 주식을 산 뒤엔 주요 기술주 중심으로 쭉 샀는데 손대는 데마다 다 올랐다. 주식 천재 소리를 듣고 있다(웃음).”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현재 증시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던데.
“다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주요 증권사·은행·해외 투자기관 보고서를 보면 다수는 아직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 위기 돌파 능력이 있고 글로벌 시스템을 갖췄다. 게다가 상법 개정안이 오너십 리스크를 일정하게 제어했다. 그것 때문에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도 제거됐다. 그런 면에서 주식시장의 동력 확보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중도층의 동의와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민주당 주류 지지층으로부터 박수받고 지지받는 사람만 찾다 보면 중도확장성이 없는 도토리 키재기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식도 투자하나.
“한다. 공부를 위해 스테이블코인도 사봤다.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불평등이고, 핵심은 자산 불평등이다. 이를 어떻게 완화할 거냐는 측면에서 공부하고 있다. 2030세대에게 어떻게 성장의 기회를 줄 거냐를 많이 고민하는 중이라, 그러면 나도 해보자고 생각했다. 해봐야 알지 탁상공론만 하면 되겠나.”
-자산 불평등, 특히 부동산 문제에 대한 진보 쪽의 해법은 대부분 보유세 강화였다.
“사회정의를 위해 누진적·점진적으로 보유세를 강화하자는 데는 100%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정의가 아니라 집값을 잡자는 것이다. 단기 처방으로 보유세를 급격히 인상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선의의 정책이라도 시장은 정책의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역반응이 나올 때가 오히려 더 많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인상의 부담을 새로운 정책적 변화가 생길 때까지 잠가버리고, 전·월세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역사적으로 확인된 일이다. 그래서 세금으로 집값 잡지 말자, 그걸로 집값 안 잡힌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아주 위험한 일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략적인 정책의 방향에는 공감한다. 그런데도 무리함이 있다는 지적은 똑같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서울 강북이나 도봉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도, 거래가 활발하지도 않다. 기존에 추진되던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인건비나 건축자재비가 너무 올라 휘청이는 상황이었는데, 10·15 대책으로 전체적으로 묶이면서 여러 부작용과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서울시장이 정부에 건의해 규제 대상 지역을 현실화하고, 일부 다시 풀어야 한다고 본다. 서울을 잡으니 경기도 구리나 남양주 같은 곳이 더 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권 초반 치러지는 선거는 집권당에 유리하다는 게 그간의 통설인데, 내년 지방선거는 여당에 힘든 선거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이 서울에서 매우 민감하게 작동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부동산 정책 이전에도 서울은 민주당에는 험지였다. 그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나 전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나 서울 승리는 절박한 문제다. 서울시장 승리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출마할 건가.
“준비는 한다. 다만 자산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곳이 서울이고, 2030세대에게 가장 박탈감을 준 것도 이 문제이기 때문에 부동산과 금융 전반을 공부하고 광역지자체 수준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보는 중이다. 준비는 하는데, 중요한 것은 민주당 지지층과 제가 눈을 맞추는 일이다. 지금은 좋은 정책과 이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후보로든 뭐로든 기여할 생각이다.”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상대의 약점에 대한 먼지털기식 싸움은 승리의 기운을 확산시키기 어렵다. 중도층의 동의와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민주당 주류 지지층으로부터 박수받고 지지받는 사람만 찾다 보면 중도확장성이 없는 도토리 키재기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 내부에서 박수받을 사람만으로는 안 된다.”
-일단 당내 경선의 벽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지난 총선 때도 권리당원의 마음을 못 얻어낸 것 아닌가.
“민주당의 권리당원이 다 자극적인 센 목소리, 정치 발언에만 귀가 잡혀 있는 분들은 아니라고 본다. 민주당 지지층의 대부분은 합리적인 정치를 응원하는 분들이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이뤄내는 데 제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국민대를 시작으로 대학 순회 강연을 하며 젊은 층을 만나고 있다. 강연주제가 ‘정치 양극화 시대, 합리적 정치는 가능한가’다. 되묻고 싶은 질문이다.
“가능하다. 용기를 내야 한다. 양극단이 기승을 부리는 때는 불안할 때다. 불안에 맞서 이길 수 없을 것 같을 때다. 양극단 모두 사회적 불안을 자극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적 합리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합리주의는 원래 힘이 세다. 그리고 합리주의가 작동돼야 모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대학가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윤석열을 구출해야 한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식으로 불안을 자극하는데,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극우가 선동하는 불안에 ‘관심 없어, 내버려둬’ 식으로 하면 저들의 목소리가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 극우가 선동하는 불안이 틀렸다고 보여주는 것이 합리주의다. 극단적인 목소리에 ‘틀렸어, 그런 이야기하지 마’라고 정확히 나서는 게 중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뭐가 잘못되고 있다면 담벼락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고, 벽에 낙서라도 하고, 댓글이라도 달라고 하지 않았나. 여러분이 만일 지켜야 할 정치인이 있고 맞는 주장이라면 함께 움직이고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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