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지막한 언덕 너머로 아무 것도 없는 지평선이 길게 이어졌다. 바람을 타고 먼지 냄새가 아득히 밀려들었다.
“원래 저 언덕과 그 뒤의 땅에는 집들이 빼곡했습니다. 전쟁 후 달라진 거죠.”
햇살에 그을린 이스라엘 여군이 기자를 안내하며 말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도시 스데롯 외곽의 기바트 코비 전망대에서는 가자지구가 내려다보였다. 국경 너머는 흙과 모래 뿐이었다. 한 때 문명이 있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아무런 자취도 없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땅굴을 파고 숨어 공격을 일삼는 탓에 이스라엘군이 이 일대의 건물을 모두 허물고 평탄화하는 작업을 벌인 결과다.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처럼 시야가 넓게 확보된 군사적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모질다고 탓하기엔 2023년 10월 7일에 받은 이스라엘의 충격이 너무 컸다. 키부츠 마을인 니르 오즈에서 주민 리타 리프시츠(61)는 기자에게 “하마스와의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사람들과의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시아버지 오데드 리프시츠는 유명 언론인이자, 팔레스타인과 공존을 주장하는 평화운동가였다. 하지만 하마스에 끌려가 지난 2월 시신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인들은 평화에 안주했던 측면이 있다. 전쟁 직전엔 국경 지대에서 군대도 상당수 철수한 상태였다. 그러자 하마스는 수천발의 로켓포를 쏘면서 돌진해왔다. 철통같은 줄 알았던 감시탑은 드론에 파괴되고 아이언돔은 물량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처음에는 상황 파악도 되지 않아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야 현장의 실상을 알았다”며 “정보와 경계의 총체적 실패였다”고 토로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이후 국방 전략을 근본부터 다시 짰다. ‘만일의 만일’을 거듭 상정하고 방어 체계를 구성했다. 하늘은 최상층, 상층, 중층, 저층을 나눠 애로우-3·2, 다비즈 슬링(David's Sling·다윗의 돌팔매), 아이언돔의 3~4중 다층 방공망을 구성하고 여기다 레이저로 로켓과 드론 등을 요격할 수 있는 방공망 아이언빔을 덧댔다.

아이언빔의 경우에도 최대 100㎾ 출력의 아이언빔 외에 50㎾ 출력의 아이언빔 모바일, 10㎾ 출력의 라이트빔을 별도 개발해 배치했다. 아이언빔 모바일은 국경수비대처럼 기동성이 필요한 부대에 배치하고, 라이트은 산악과 도심 등에서 저고도로 은밀히 침투하는 드론을 막는 등 역할 분담을 했다. 아이언빔을 개발한 라파엘 연구소 관계자는 “완전무결한 방어체계는 없다”며 “다층 방어망으로 보완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국민들 역시 위기를 각성했다. 노바 페스티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마잘 타자조(35)는 “나를 죽이려는 사람들과는 함께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사라지기 전, 그리고 누군가가 나와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평화를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하마스 공격에 친구들을 잃었다.

기자가 체류하던 지난 9~14일에도 이스라엘군 텔레그램에는 수시로 공지글이 올라왔다. 하마스의 공격을 이스라엘군이 요격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엔 베들레헴에서 하마스 테러리스트 50명 이상을 체포했다는 뉴스도 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평화 중재안이 타결된 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하마스의 공격은 계속됐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쿡쿡 찔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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