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혈관 분야에서 대동맥류는 흔히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되지만 상태가 악화되어 대동맥 파열이나 박리로 이어지면 생명에 위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상 기술과 분자 연구의 발전에 힘입어 대동맥류의 조기 발견과 예방적 치료 전략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대동맥류는 동맥벽이 약해지면서 일정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상태다. 상행 대동맥, 흉부 대동맥, 복부 대동맥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지고 파열 위험도 증가한다. 방치할 경우 혈관이 터지거나 떨어져 나가면서 전신으로 공급돼야 할 혈류가 차단되는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의학용어로는 '대동맥 파열' 또는 '대동맥 박리'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대동맥류 직경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최근에는 대동맥류의 성장 속도, 혈관벽 응력, 유전적 소인, 혈류역학적 지표 등을 함께 고려해 개별 환자 맞춤형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대동맥류 진단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대동맥 단면 직경, 동맥벽 석회화 유무, 내막 변화를 세밀히 관찰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혈류의 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4차원 자기공명유속영상(4D Flow MRI) 검사도 주목 받고 있다. 이 기법을 이용하면 혈류 패턴, 벽 전단 응력 등에 대한 정밀 측정이 가능하다. 단순히 직경을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적 혈류 환경이 대동맥류 진행에 미치는 영향까지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다. 대동맥류는 유전적 요인과도 밀접하므로 유전성 질환 스크리닝이 필요할 수 있다. 마르판(Marfan) 증후군, 로이-디에츠(Loeys-Dietz) 증후군 등 대동맥류를 유발하는 유전자 이상이 발견될 경우 가족 검사와 감시를 통해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대동맥류가 진단됐을 때 가장 기본이자 강력한 보존적 치료 방법은 ‘혈압 조절’이다. 목표혈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베타 차단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등 각종 항고혈압제를 활용하며, 철저한 금연이 필요하다. 콜레스테롤 조절 및 항동맥경화 치료도 고려될 수 있다. 수술은 일반적으로 대동맥류 직경이 5~5.5㎝ 이상이거나 빠르게 커지는 경우에 권장된다. 그러나 이엽성 판막 등 선천적 심장 기형이나 유전자 이상이 동반된 경우, 가족력이나 대동맥류 박리 위험 소견이 있는 경우, 대동맥류의 1년 평균 성장률이 0.5㎝ 이상인 경우 등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는 기준을 낮춰 수술할 수 있다.
대동맥류를 수술할 땐 병변이 발생한 대동맥을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인공혈관 치환술이 기본이 된다. 그러나 대동맥류 발생 위치에 따라 복부대동맥류 인조혈관 삽입술(EVAR), 흉부대동맥류 대동맥 재건술(TEVAR)과 같은 스텐트를 삽입하는 스텐트그라프트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인공혈관 치환술은 대동맥류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지만 절개부위가 크고, 수술 후 회복 기간이 길다. 그에 비해 스텐트그라프트 시술은 최소침습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수술보다 추가적인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다소 높다. 시술 후 반복 검사를 필요로 하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두 치료 방법을 보완한 ‘하이브리드 수술법’이 도입되면서 환자의 부담을 낮추고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동맥류 수술 후에는 재발이나 하행 부위 변화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장기간에 걸친 추적과 생활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대동맥류의 파열이나 박리를 예방하려면 정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에게 대동맥 질환이 있거나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자, 이엽성판막 보유자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개인의 상태와 나이에 맞는 CT 검사 주기를 숙지해야 한다. 평소 혈압과 지질 수치를 철저히 관리하고, 심박동의 급격한 상승을 피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시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흡연·과음은 금지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데도 신경써야 한다.
대동맥류는 조용히 진행되다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다행스러운 건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전 덕분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기적인 검진과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증상이 없다고 해서 간과해선 안되며, 일찍부터 혈관 건강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꾸준한 관심과 관리를 통해 대동맥류 악화의 위험 요인을 줄인다면 건강한 삶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밤잠 설치던 60대 “이틀 만에 출근” 전립선비대증 신기술, 뭐길래 [메디컬 인사이드]](https://newsimg.sedaily.com/2025/11/14/2H0G9UO0UZ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