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주)동성제약(002211)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임원진의 횡령·배임 고발, 법정관리 돌입 등으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는 동성제약을 제35조 및 제38조의2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8.5점과 공시위반제재금 8,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경영권 분쟁 관련 풍문에 대해 해명 공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동성제약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최대주주 변경 및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자 '해당 사항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실제 최대주주 변경이 이뤄지고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거래소 측은 해당 해명이 허위이거나 중대한 오해를 유발한 것으로 봤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공시 (2025.7.17.자)

과거 1년 이내에 벌점이 15점 이상 누적되면 동성제약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어 향후 공시 관련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양구 전 회장과 조카 나원균 대표이사 간의 경영권 분쟁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양구 전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를 나원균 당시 부사장에게 넘기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올해 2월에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이 전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 중 일부(76만 6,423주, 지분율 약 2.9%)를 나 대표에게 장외 매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이 전 회장은 동성제약 지분 14.12%를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120억 원에 마케팅 기업 브랜드리팩터링에 전량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회사와 현 경영진에 사전 통보 없이 이뤄진 거래로 매각가(1주당 3,256원)도 당일 시가(3,820원)보다 14.8%가량 낮게 책정됐다.
지분 전량 매각 3일 뒤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선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법원에 나원균 대표 등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냈다. 이에 맞서 회사 측은 지난 5월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방어에 나섰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임원 교체 등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법원 허가 없이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나원균 대표와 동성제약 경영진은 브랜드팩터링 측이 소집하려던 임시주총의 효력 정지와 안건 효력 무효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새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 측 역시 법원에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및 외부관리인 선임을 요청해 주총과 관련한 양 측의 경영권 분쟁은 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주주총회 소집 결의 정정 공시 (2025.7.10.자)

7월 25일로 예정된 임시주총도 연기됐다. 회생법원의 허가 등 추가 법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 측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재차 임시주총 일정을 보류하고, 법원 허가 이후로 결정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대주주 변경, 임시주총 소집과 연기, 법정관리 신청 등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횡령·배임 고발까지 더해지며 동성제약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6월 24일, 동성제약의 상근감사 고 모 씨가 나원균 대표이사와 등기임원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소장에 기재된 혐의 금액은 177억 3,009만 원으로, 이는 동성제약 자기자본(2024년 기준)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동성제약 측은 “해당 금액 대부분은 선급금 계정 등에서 합산된 수치일 뿐이라며, 법적 절차를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즉각 반박했다.
부도발생 공시 (2025.7.17.자)

연이은 부도도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동성제약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다음 날인 지난 5월 8일 첫 어음 부도가 발생한 이후 2개월여 만에 누적 42억 원대 부도가 이어졌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6월 23일 이후에도 법원이 채무 전액동결과 자산보전 처분,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림에 따라 4차례 부도가 추가로 발생했다. 다만,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부도의 경우,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법적 지급 제한 조치로 발생한 사안으로 상장폐지 또는 거래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동성제약은 법원의 허가 아래 주요 의사결정을 진행하며, 오는 10월 제출 예정인 회생계획안 마련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위기 국면 속에서도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염색 브랜드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실적 반등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동성제약은 아마존 프라임데이(7.8~11) 기간 중 프리미엄 염색 브랜드 이지엔(eZn)과 허브(Herb) 브제품의 판매량이 평소 대비 최대 3배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건 제품와 자연주의 컨셉에 대한 현지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향후 독일, 인도, 두바이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