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자리 점유, 데스크톱·프린터 설치까지
커지는 ‘카공족’ 논란에 업계가 먼저 움직였다
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카공족’을 두고 카페 업계가 제재와 수용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카페가 단순한 음료 소비 공간을 넘어 체류형 복합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브랜드마다 엇갈린 전략을 내놓고 있다.
◆“카페가 개인 사무실이냐”…스타벅스, 가이드라인 도입
그간 별다른 제한이 없어 ‘카공의 성지’로 불리던 스타벅스는 최근 전국 매장에 개인용 데스크톱, 프린터, 멀티탭, 칸막이 사용을 금지하는 공지를 내걸었다.
장시간 자리를 점유한 채 매장을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다른 고객들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카공족 가이드라인’을 공식 도입했다. 주요 내용은 △다인석 양보 권고 △전자기기·칸막이 등 설비 사용 금지 △장시간 자리 비움 시 소지품 지참 권유 등이다.
매장 직원이 고객에게 직접 구두 안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SNS 등에서 확산한 “칸막이 설치와 다중 기기 사용으로 좌석을 독차지한다”는 사례들이 논란이 되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누군가에겐 일터지만, 누군가에겐 쉼터’라는 공간 인식 차이 속에서 갈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카공족 포섭 나선 브랜드들…“장시간 체류도 수익이다”
카공족을 핵심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분명하다. 음료와 식사를 함께 해결하는 ‘카페 밀’ 문화가 자리 잡으며 장시간 체류를 매출 증대로 연결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식사 대용 메뉴인 ‘에그 함박 브리오슈 번’을 출시했다. 폴바셋은 식빵 브랜드 ‘밀도’와 협업해 베이커리 상품군을 강화했다.
투썸의 샌드위치·베이글과 아메리카노로 구성된 세트는 올해 1~7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앉아서 공부하다가 밥까지 먹고 간다’는 패턴이 자연스레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간 혁신 경쟁도 활발하다. 투썸은 스터디존을 조성했다. 할리스도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해 바 테이블과 소형 좌석을 배치했다. 메가MGC커피까지 전용 좌석을 마련하며 맞춤형 매장 전략에 뛰어들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카페 시장에서 단순한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에 따른 차별화 시도다.
◆전문가들 “이제는 머무는 시간이 곧 매출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카페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카공족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공간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체류형 소비자’로 진화하고 있다”며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닌 학습과 업무, 휴식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화된 카페 시장에서 핵심은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가 됐다”며 “고객의 체류 시간 자체가 매출로 직결되면서 메뉴 구성부터 공간 설계까지 ‘장시간 체류형 소비’에 맞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카공족 현상은 공공성과 사적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대 도시문화의 상징적인 현상”이라며 “자율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카페를 일종의 ‘확장된 사적 공간’으로 만든 셈”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카공족을 어떻게 ‘브랜드 팬’으로 전환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맞춤형 공간과 콘텐츠를 제안할 수 있을 때 장기적인 충성 고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공족에 대한 카페 업계의 대응은 단순한 제재와 수용을 넘어 고객 경험의 질과 브랜드 전략을 재정립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이제 카페는 ‘얼마나 잘 팔 것인가’ 못지않게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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