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프터스쿨 출신의 가수 가희는 동호회에서 알고 지낸 지인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지금의 남편과 연애 3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2016년 당시 가희의 나이는 36살로 가수 활동을 통해 한창 잘나가던 때였지만 그는 스타로의 더 큰 성공 대신 결혼을 선택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임신 3개월임이 알려지며 또 한 번 이슈가 됐다. 엄연히 따지면 속도위반이었지만 그는 이때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신혼여행지에서 몸이 이상해 테스트기를 썼더니 임신이 나왔다고. 이에 신혼여행은 결국 태교 여행이 됐다고 한다.
가희는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결혼이 주는 안정감, 가정이 주는 평온함에 대해 전하며 현재의 삶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왔다. 결혼과 동시에 첫째를 가지며 신혼 없는 결혼생활을 시작한 그는, 아쉬움 대신 가정은 자신에게 탈출구였다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지친 삶에 행복을 선사해 준 안식처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남편의 사랑과 결혼의 편안함 속에서 두 아들을 낳으며 다복한 생활을 만끽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부러움을 샀다. 늘 웃고 있던 그였기에 사람들은 그의 삶에 고통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새롭게 하소서 CBS’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가정폭력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그가 자신이 겪은 불행의 시간들을 고백했을 때 많은 이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동시에 왜 그가 남편과의 결혼을 ‘안식처’라고 표현했는지 수긍이 갔다.

가희는 이날 방송에서 어린 시절 부모와 형제들에게 당한 가정폭력의 상처를 고백했다. 그는 “걸핏하면 맞았다”라고 털어놓으며 “몽둥이, 벨트, 옷걸이 등 안 맞아본 도구가 없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이어 “살아생전 아버지가 폭력적이었다”라고 전하며 “아버지는 잘난 외모에 머리도 좋았다. 그때 당시 대학원까지 다니셨는데 굉장히 가부장적이셨다. 엄마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는데 아빠한테 맞아서 피로 흥건한 이불을 빨던 모습이 기억난다”라고 고백했다. 아버지의 폭력은 어머니를 거쳐 가희에게로 이어졌다. 가희는 “아빠한테 맞은 엄마는 그렇게 저를 때렸다. 엄마뿐 아니라 오빠도 저를 때렸다”라며 폭력으로 얼룩졌던 가슴 아픈 가정사를 폭로했다.
가희는 “가정에서 보호받는 느낌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면서 “집에서는 항상 외로웠다. 집은 헤쳐 나가야 할 서바이벌 세계 같았다. 그래서 집 밖에서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사랑을 갈구했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학창 시절 춤이 일종의 돌파구였다는 가희는 이후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집에서 가출해 백댄서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는 DJ DOC, 컨츄리꼬꼬, 보아, 세븐, 김현정, 휘성, 채연 등의 백업 댄서로 활약하며 입지를 다졌고 실력을 인정받아 2009년, 28살이라는 이례적인 나이에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데뷔 3년 만인 2012년 애프터스쿨에서 탈퇴하며 솔로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그는 점차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가희는 지난 3월 유튜브 채널 ‘CGN’에 출연해 “애프터스쿨을 탈퇴하고 철저하게 바닥을 쳤다”라며 “회사에서 저를 케어해주지도 않았고 정말 비참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라고 밝혔다.
가희는 유년 시절의 가정 폭력과 탈퇴 이후의 생활고 고백 외에도 인생에서 겪은 큰 위기에 대해 고백한 바 있다. 가희는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형수는 케이윌’에 출연해 “둘째 출산 당시 아이가 태반을 뚤고 나왔다”라고 전하며 “자는데 갑자기 하혈을 했다. 한밤중에 피가 철철 흘러서 응급실에 가게 됐고 정말 어렵게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라고 밝히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알렸다.

인생에서 숱한 고비를 넘겨왔던 그지만 2016년 사업가 양준무 씨와의 결혼은 그의 삶을 평온하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 안정감 뒤에도 시련은 있었다. 결혼 후 연예계를 떠나 가족들과 발리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가희는 행복한 와중에도 무대에 대한 갈망으로 우울증이 왔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 5년간의 발리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그는 다시 재기를 꿈꾸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방송보다는 ‘댄스 아카데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댄스 아카데미를 오픈한 그는 “그동안 꿈꿨던 것들을 실현해야 한다는 마음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라고 포부를 밝히며 제3의 전성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전했다. 애프터 스쿨의 데뷔가 인생에 있어 제1의 전성기였다면, 결혼은 제2의 전성기였고 이제 지도자로서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그동안 무대 위의 센터였던 그는 현재 가정과 육아, 일에 있어서 앞으로 계속될 전성기를 향해 쉼 없이 뛰고 있었다. 화려함 뒤에 감춰졌던 상처와 극복의 과정에 대해 진솔하게 전한 가희의 고백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며 다가올 그의 황금기를 응원하게 했다.
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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