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문 기자] 병오년 새해, 우리가 다시 떠올려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레클리스 하사이다.
레클리스는 한국전쟁 당시 미 해병대 81mm 박격포 소대에서, 1952년부터 1953년까지 전선을 종횡무진 누빈 전설적인 군마였다.
1953년 3월 26일, 중공군은 현재 경기도 연천 일대에 해당하는 네바다 전초기지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다. 미 해병대와 한국군이 이에 맞섰고, 전투는 5일 동안 이어졌다. 이 치열한 전투에서 미군과 한국군 약 1,000명, 그리고 중공군 2,000~3,000명이 사상당하는 큰 희생이 따랐다.
이때 레클리스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며 전방에는 박격포탄을, 후방에는 부상병을 싣고 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포탄 파편에 맞아 다쳐도 임무를 멈추지 않았고, 치료를 받고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 탄약이 부족해 끊길 뻔한 박격포 사격을 이어 나갔다.
레클리스의 이런 활약은 중공군의 거센 공격을 막아 내고 방어선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헤럴드 워틀리 예비역 병장은 2013년 레클리스 동상 제막식에서 “새벽 연기와 화염 속에서 말의 실루엣이 보였고, 나는 그게 정말 말인지 의심했다. 그게 바로 레클리스였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레클리스는 휴전 후 1954년 앤드루 기어 중령의 도움으로 미국에 건너간 그 해 4월 10일, 미 해병대에서 하사 계급을 공식적으로 받았고, 1957년 6월 12일에는 상사로 진급해 미 해병대 역사상 동물이 상사 계급을 받은 첫 사례로 남았다.
그후 레클리스는 캘리포니아 캠프 펜들턴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며 네 마리의 망아지를 낳기도 했지만, 전쟁 때 입은 휴유증으로 1968년 5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미 해병대는 레클리스를 군인 예우로 장례했다.

레클리스에 대한 미군의 예우는 사망 후에도 계속 되었다. 2013년 한국전쟁 휴전 60주년을 기념해 버지니아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탄약을 지고 전장을 누비는 동상 설치 이후 미 전역에 기념비 5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는 2018년, 네바다 전초기지 전투 현장 인근 연천 고랑포 역사공원에 동상이 들어섰고, 제주에도 기념 동상이 있다.
‘레클리스’란 미 해병대 제5연대에서 썼던 무전 호출부호로 ‘아침의 해’를 의미 하지만, 미 해병대는 “무모하리만치 용감하다”는 뜻으로 전설로 여기고 있다.




